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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의 삼계탕 재료 코너에서 늘 보던 황기 닭 옆에 놓여 있던 길고 마른 뿌리황기라는 이름은 약초를 공부하기 전부터 많이 들어봤다. 마트나 전통시장에 가면 삼계탕 재료로 빠지지 않고 보였기 때문이다. 닭과 인삼, 대추가 놓인 진열대 근처에는 길고 마른 뿌리 모양의 황기가 함께 놓여 있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그 재료를 볼 때마다 삼계탕에 들어가는 것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요즘 대형마트에 가면 삼계탕용 재료가 한데 담긴 팩도 자주 보인다. 닭과 인삼, 황기, 대추 등이 함께 들어 있어 집에서는 끓이기만 하면 되는 상품이다. 이미 조리가 끝나 데우기만 하면 되는 삼계탕도 진열돼 있다. 예전보다 삼계탕을 준비하는 방식이 여러 가지가 됐지만, 황기는 여전히 익숙한 재료들 사이에서 빠지지 않고 보였다. 나는 시장에서 황기를 볼 때마다 인삼이나 대추보.. 2026. 8. 8.
시골에서 자랐지만 약초원에서 처음 만난 고삼 익숙한 시골 풍경에 없던 이름약초 강의를 듣는 수강생들과 함께 서울대 약초원을 방문했을 때 고삼이라는 식물을 처음 제대로 봤다. 교수님은 고삼이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시골에서 자랐는데도 고삼을 본 기억이 없어서 조금 의아했다. 이름을 몰라서 그냥 지나쳤던 것인지, 내가 살던 곳에는 눈에 잘 띄지 않았던 것인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시골에서 지낸 시간이 길다고 해서 주변 식물을 모두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논밭 가장자리와 낮은 산, 집 근처 길가에는 늘 풀이 많았다. 그런데 나는 꽃이 유난히 눈에 띄는 식물이나 열매가 달리는 나무 정도만 이름을 기억했던 것 같다. 나머지는 그저 풀이라고 부르며 지나갔다. 약초원에서 고삼이라는 이름을 듣고 나니, 예전 시골 풍경 속에도.. 2026. 8. 7.
약초원에서 만난 바디나물과 어머니의 베틀 교수님이 가리킨 낯선 이름바디나물이라는 이름은 약초 공부를 하면서 처음 알게 됐다. 약초원을 방문했을 때 약초학 교수님이 눈앞의 식물을 가리키며 바디나물이라고 알려주셨다. 그전까지는 이름을 들어본 기억도 없었다. 가까이에서 본 바디나물은 처음에는 들이나 산야에서 흔히 보는 풀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한참 바라보고 나니 잎이 크고 여러 갈래로 나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식물의 이름을 들을 때마다 바로 외우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 그날은 이름이 독특해서인지, 교수님이 알려준 뒤에도 바디나물이라는 말이 오래 남았다. 이름을 알고 나서 다시 보면 전에는 그냥 지나쳤을 잎과 줄기에도 시선이 머문다. 교수님은 잎이 잘리면 하얀 진액이 보인다고 설명하셨다. 나는 그 설명을 들으며 식물마다 눈에 띄는 특징.. 2026. 8. 6.
군대에서 처음 맛본 두릅과 땅두릅이라는 이름 최전방 봄 산에서 배운 새순내가 두릅을 처음 먹어본 것은 30년 전 군대에서였다. 최전방에서 근무하던 때라 봄이 오면 산으로 훈련이나 작업을 나가는 일이 있었다. 부대 가까운 야산에는 봄철마다 두릅나무가 모여 자라는 곳이 있었고, 선임들을 따라다니며 새순을 따는 모습을 처음 봤다. 그때의 나는 두릅이라는 이름은 알았어도, 어느 부분을 살펴야 하는지와 어떻게 손을 대야 하는지는 전혀 몰랐다. 두릅나무에는 가시가 많았다. 선임들은 가시를 피하면서 새순을 꺾었지만, 처음 따라 해 보는 내 손에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어디를 잡아야 하는지 몰라 손을 여러 번 긁혔다. 그 뒤로는 무작정 손부터 내밀기보다, 먼저 줄기와 가시가 있는 자리를 살피게 됐다. 봄 산에서 새순 하나를 따는 일도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 2026. 8. 5.
흰 꽃에서 노란 꽃으로, 두 번 만난 인동덩굴 인동초와 금은화라는 이름은 예전부터 여러 번 들었다. 하지만 이름을 들었다는 것과 실제 식물을 알아본다는 일은 전혀 달랐다. 담벼락이나 둑방을 따라 덩굴이 오르고, 길게 핀 꽃을 보면서도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지나간 날이 많았다. 그러다 5월 중순 약초원 현장 견학에서 꽃이 핀 인동덩굴을 직접 보게 됐다. 흰 꽃이 달린 줄기 앞에서 설명을 듣자,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그날부터 산책길의 하얀 덩굴꽃을 그냥 배경처럼 보지 않게 됐다. 이름을 몰랐던 식물을 다시 보는 일은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 낯선 이름이 익숙한 풍경과 연결되는 순간이었다.박하를 보기 전, 흰 꽃 앞에서5월 중순, 약초를 공부하는 사람들과 함께 약초원을 찾았던 날이었다. 박하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기 전에 먼저 .. 2026. 8. 4.
산책길의 환삼덩굴을 그냥 지나치지 않게 된 이유 친구와 나눈 대화 뒤에 남은 이름환삼덩굴이라는 이름이 내 기억에 남게 된 것은 몇 년 전 친구를 만났던 날부터다. 오랜만에 만나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건강과 생활 습관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 친구는 시골집에 갔을 때 환삼덩굴을 직접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름부터 낯설었는데, 친구가 꽤 진지하게 그 식물 이야기를 이어가니 나도 귀를 기울이게 됐다. 그때까지 내게 환삼덩굴은 이름조차 익숙하지 않은 식물이었다. 산책길이나 하천 근처에서 덩굴이 무성하게 자란 모습을 본 적은 분명 있었을 텐데, 그것이 어떤 식물인지 따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길가의 풀은 대개 비슷하게 보였고, 덩굴식물은 울타리나 다른 풀을 감고 자라면 그냥 잡초가 많이 자랐다고만 생각했다. 친구와의 대화가 끝.. 2026.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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