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공부8 큰할아버지 산소 옆에서 캐 먹던 잔대, 모종판에서 다시 만나다 사삼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잔대는 약초를 공부하면서 다시 알게 된 식물이다. 하지만 잔대라는 이름을 알기 훨씬 전부터, 나는 어린 시절 산비탈에서 그 뿌리를 직접 캐서 먹어 본 적이 있었다. 큰할아버지 산소 옆의 가파른 비탈이었다. 산촌에서 살다가 이사 온 이웃집 친척 형과 함께였는데, 나는 발을 조심스럽게 옮기며 뒤따라가기 바빴고, 그 형은 익숙한 눈으로 여기저기를 살피며 잔대를 찾아냈다. 그날의 잔대는 약재나 작물로 보이지 않았다. 산비탈에서 뿌리를 캐고, 껍질을 벗기고, 하얀 속을 드러낸 뒤 맛보는 산속의 먹거리였다. 시간이 한참 지난 뒤 약초 공부를 하며 잔대가 사삼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고, 도라지와 같은 초롱꽃과 식물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그때서야 산에서 캔 뿌리의 맛이 집에서 먹던 도라지와 비.. 2026. 9. 8. 쑥인 줄 알았던 봄의 천궁, 흰 꽃과 뿌리줄기를 다시 보다 천궁은 약초 공부를 하면서 이름과 모습을 함께 알게 된 식물이다. 공부하기 전에도 천궁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 본 것 같았지만, 어떤 식물인지 떠올릴 수는 없었다. 약초원을 방문했을 때 교수님이 천궁을 가리키며 설명해 주셨고, 그제야 눈앞의 여린 식물이 천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봄이라 아직 크게 자라지 않은 상태였는지, 내 눈에는 쑥이나 익모초와 비슷한 느낌으로 보였다.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함께 있던 다른 수강생 한 분도 처음에는 쑥인 줄 알았다고 말씀하셨다. 같은 식물을 보고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는 사실에 조금 안심이 됐다. 약초원에서 본 천궁은 꽃도 없고 줄기도 크지 않아, 이름을 듣지 않았다면 그냥 잎이 갈라진 초록 식물로 지나쳤을 것 같다.봄 새싹에서 본 천궁약초원에서 본 .. 2026. 8. 29. 회사 식당 방풍나물과 약초원 방풍이 달랐던 날 약초 공부를 하며 자주 놀라는 일은, 익숙한 이름 하나가 실제로는 서로 다른 식물을 가리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방풍이 그랬다. 회사 식당에서 가끔 방풍나물이 나오면 나는 그냥 방풍을 나물로 먹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유의 향과 씁쓸한 맛이 좋아서 반찬으로 나오면 먼저 챙겨 먹곤 했다. 동료들 사이에서도 방풍나물이 나오면 몸에 좋은 약초 반찬이 나왔다며 한 마디씩 보태는 일이 있었다. 나 역시 그때는 아는 척을 하며 방풍이라는 이름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곤 했다. 그러나 약초원에서 교수님이 실제 방풍을 보여 주며 설명하시는 것을 듣고, 내가 회사 식당에서 먹어 온 방풍나물과 약재로 말하는 방풍이 같은 식물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익숙하게 먹던 반찬의 이름을 잘못 알고 있었다는 생각에 조금 허.. 2026. 8. 28. 약초원에서 이름으로 만나고 쌈의 향으로 기억한 당귀 당귀는 약초를 배우면서 다시 보게 된 식물 가운데 하나다. 강의에서는 당귀라는 이름의 유래와 천궁과 함께 설명되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에는 그 말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지만, 약초원에서 실제 당귀를 보며 “저 식물이 당귀구나” 하고 눈으로 익힌 기억은 남아 있다. 잎과 줄기를 가진 식물 앞에서 이름을 들으면, 포장지나 환 제품에서 보던 글자가 조금 덜 멀게 느껴진다. 나는 예전에 천궁과 당귀가 함께 들어간 환 제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제품 이름만 보고 선택했고, 그 안에 들어간 식물이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약초 공부를 시작한 뒤에야 포장지에서 보던 당귀라는 글자가 약초원에서 본 잎과 줄기, 그리고 지인의 밭에서 맡은 향으로 이어졌다. 내게 그 환 제품의 기.. 2026. 8. 26. 회사 탕비실의 둥굴레차에서 시작된 식물 이야기 둥굴레는 약초보다 차로 먼저 익숙한 식물이다. 회사 탕비실에는 둥굴레차 티백이 늘 비치되어 있어, 뜨거운 물만 있으면 누구나 한 잔씩 우려 마실 수 있다. 나도 매일은 아니지만 커피가 부담스러운 오후가 되면 둥굴레차를 찾곤 한다. 구수하면서도 수수한 향이 나고, 긴 회의나 일이 몰린 날에는 티백 하나를 우려 놓고 잠깐 숨을 고르는 시간이 적은 휴식처럼 느껴진다. 그동안 내게 둥굴레차는 부담 없이 마시는 회사 음료였다. 그런데 약초 공부를 하며 둥굴레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뿌리줄기와 잎, 꽃의 모양에 따라 이름과 기록이 달라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늘 마시던 티백 속 이름이 실제 식물의 모습과 이어진다는 사실이 새롭게 느껴졌다. 차 한 잔을 마시는 시간은 익숙했지만, 그 이름 뒤에 어떤 식물이 있는지 생.. 2026. 8. 25. 단삼의 붉은빛을 보며 배운 조심스러운 거리 단삼은 약초 공부를 하면서 처음 이름을 알게 된 식물 가운데 하나다. 강의에서 단삼이라는 이름을 듣고 내용을 메모해 둔 뒤, 부동산 공부 모임에서 알게 된 한 분이 요즘 몸이 좋지 않고 밤에도 편히 쉬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걱정하는 마음에 강의에서 들은 단삼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 생각하면 식물에 관한 강의 내용을 다른 사람의 몸 상태와 바로 연결해 말한 일이 조심스럽게 느껴진다. 그분은 당시 여러 가지로 신경을 쓰고 계셨고, 병원에서 상담도 받고 계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단삼을 구매해 차로 마셔 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가볍게 권했다. 그때는 약초 이름 하나를 알게 된 기쁨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마다 상황도 다르고, 복용 중인 약이나 생활 습관도.. 2026. 8. 24.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