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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탕비실의 둥굴레차에서 시작된 식물 이야기

by jamkkum 2026. 8. 25.

회사 탕비실에는 늘 둥굴레차 티백이 놓여 있다. 커피를 마시기에는 조금 늦은 오후나 회의가 길어진 날이면, 나는 뜨거운 물에 티백 하나를 넣고 잠시 기다린다. 물빛이 천천히 변하고 구수한 향이 올라오면 바쁘게 이어지던 업무에서도 잠깐 숨을 돌리는 느낌이 든다. 매일 마시는 것은 아니지만 커피 대신 둥굴레차를 고르는 날이 있다. 그저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차라고 생각해 왔는데, 약초 공부를 하면서 둥굴레도 여러 종류가 있고 식물마다 이름과 모습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특히 층층갈고리둥굴레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는, 평소 티백으로 마시던 둥굴레차와 실제 식물의 모습이 쉽게 이어지지 않았다. 회사의 작은 티백 하나에서 시작된 궁금증은, 식물의 잎과 뿌리줄기, 낯선 이름을 찾아보게 한 계기가 됐다.

오후 탕비실에서 마시는 둥굴레차

회사에서 둥굴레차는 가장 가까운 차 가운데 하나다. 탕비실 한쪽에 티백이 비치되어 있어 필요할 때 뜨거운 물만 있으면 쉽게 마실 수 있다. 나는 일을 시작하는 아침보다는 오후에 둥굴레차를 찾는 편이다. 점심을 먹고 난 뒤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나, 회의가 끝나고 다음 업무를 시작하기 전 잠깐의 틈이 생길 때 티백을 꺼낸다.

 

커피의 진한 향과 맛이 필요한 날도 있지만, 어떤 날에는 구수하고 수수한 둥굴레차가 더 잘 어울린다. 컵에 티백을 넣고 물을 부은 뒤 기다리는 시간은 길지 않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만으로도 자리에서 한 번 일어나고,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다음 일을 정리할 여유가 생긴다. 내게 둥굴레차는 특별한 음료라기보다 업무 사이에 속도를 조금 늦추게 하는 작은 신호에 가깝다.

 

회의가 길어지는 날에는 물 한 잔도 제대로 마시지 못한 채 앉아 있을 때가 있다. 회의가 끝난 뒤 탕비실로 가서 따뜻한 차를 우려 들고 오면, 다시 책상에 앉기 전에 마음을 정돈하는 느낌이 든다. 차를 마시는 시간이 길지는 않아도 손에 따뜻한 컵을 들고 향을 맡는 순간은 분명히 기억에 남는다. 바쁜 날일수록 이런 짧은 틈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둥굴레차를 마실 때에는 맛을 자세히 설명하기보다 ‘구수하다’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너무 강하지 않고, 그렇다고 아무 맛도 없는 것은 아닌 그 느낌이 좋다. 동료들 가운데에도 커피 대신 둥굴레차를 고르는 사람이 있다. 각자 이유는 다르겠지만,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다가 누군가 티백을 우려 가는 모습을 보면 익숙한 일상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나는 오랫동안 둥굴레차를 그냥 티백 차로만 생각했다. 포장지에 적힌 이름을 읽고, 향과 맛을 느끼고, 뜨거운 물에 우려 마시는 것이 전부였다. 그 뒤에 실제 식물이 있고, 그 식물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생각은 거의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약초 공부를 통해 둥굴레라는 이름을 다시 만났을 때, 사무실에서 마시던 차가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앞으로도 나는 커피가 부담스러운 오후에 둥굴레차를 마실 것이다. 다만 이제는 컵 속의 구수한 향만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자라는 식물의 잎과 줄기도 함께 생각할 것 같다. 익숙한 티백 하나가 식물 이름을 배우는 출발점이 되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둥굴레에도 여러 이름이 있었다

지인 밭에서 본 둥굴레
지인 밭에서 본 둥굴레

약초 공부를 하면서 놀랐던 점은 둥굴레라고 해서 모두 같은 식물로만 생각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그동안 둥굴레차라는 이름을 너무 자주 보아 왔기 때문에, 둥굴레는 하나의 단순한 식물 이름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강의를 들으며 둥굴레와 비슷한 이름을 가진 식물들이 있고, 종류에 따라 잎과 꽃, 뿌리줄기의 모습도 살펴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가운데 층층갈고리둥굴레라는 이름이 특히 기억에 남았다. 이름이 길고 낯설어서 처음에는 외우기 어려웠지만, 잎이 층층이 배열되는 모습과 연결해 듣자 조금씩 기억할 수 있었다. 식물 이름은 처음에는 단어처럼만 들리지만, 잎이 나는 방향이나 꽃이 달리는 모습을 알고 나면 이름에도 식물의 모습이 들어 있는 듯 느껴진다.

 

층층갈고리둥굴레는 학명으로 Polygonatum sibiricum이라고 소개되며, 황정이라는 이름과도 연결된다. 나는 이 이름을 약초의 효과나 이용법으로 받아들이기보다, 하나의 식물이 여러 이름으로 불릴 수 있다는 사례로 기억하고 싶다. 둥굴레라는 친숙한 이름에서 출발해 층층갈고리둥굴레, 황정이라는 낯선 이름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평소에는 티백의 원료명이나 제품 이름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 식물의 이름을 알고 나면 포장지에 적힌 단어도 조금 더 천천히 보게 된다. 모두 같은 원료라고 단정하지 않고, 어떤 이름이 쓰였는지 확인하는 습관도 생긴다. 차를 마시는 일상과 식물을 공부하는 시간이 이렇게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강의에서 들은 식물 설명을 바로 완전히 이해한 것은 아니다. 잎이 어떻게 배열되는지, 꽃이 어느 자리에서 피는지 같은 특징은 실제 식물을 여러 번 보아야 더 잘 기억될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아는 척하기보다, 층층갈고리둥굴레라는 이름을 처음 배운 사람의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나중에 약초원이나 식물원에서 실제 모습을 다시 만나면, 이번에 들은 설명이 더 분명하게 이어질지도 모른다.

 

둥굴레의 여러 이름을 배우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익숙한 이름 하나 뒤에도 생각보다 넓은 식물의 세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회사에서 티백으로 마시던 차는 단순했지만, 그 이름을 따라가 보니 잎과 꽃, 뿌리줄기와 학명까지 연결되는 이야기가 있었다. 약초 공부의 재미는 바로 이런 연결을 발견하는 데 있는 것 같다.

티백에서 식물의 모습으로

둥굴레차 티백을 보면 보통 갈색 빛의 재료와 차 향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약초 공부를 하고 난 뒤에는 그것이 식물의 어느 부분과 이어지는지, 살아 있는 둥굴레는 어떤 모습일지 생각하게 됐다. 차로 마시던 재료와 땅에서 자라는 식물을 연결해 보는 일은 생각보다 낯설고 재미있었다.

 

식물은 자라는 동안 잎을 내고 줄기를 뻗고 꽃을 피운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말린 재료나 티백의 형태로만 식물을 먼저 만난다. 둥굴레도 내게는 그랬다. 회사 탕비실에서 마시던 차가 먼저였고, 식물의 잎과 꽃에 관한 이야기는 나중에 알게 됐다. 순서가 바뀌었기 때문에 오히려 실제 식물의 모습을 더 궁금해하게 됐다.

 

앞으로 식물원이나 약초원을 방문하게 되면 둥굴레를 찾아보고 싶다. 단순히 이름표만 확인하는 데서 끝내지 않고, 잎이 줄기에서 어떻게 이어지는지, 꽃은 어느 쪽을 향하는지 살펴보고 싶다. 다만 비슷한 식물을 보고 단정하거나 야외에서 채취하려 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식물은 같은 이름처럼 보여도 구별이 쉽지 않을 수 있으므로,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 배우는 것이 더 안전하고 정확하다.

 

둥굴레를 보게 된다면 회사의 탕비실도 함께 떠오를 것 같다. 식물원에서 만나는 잎과 줄기, 사무실 컵에 우러난 차의 향은 전혀 다른 장면처럼 보인다. 그러나 두 장면은 둥굴레라는 이름 하나로 이어진다. 이런 연결은 평범한 일상을 조금 더 자세히 바라보게 한다.

 

나는 약초를 공부하며 식물의 효능을 찾아내기보다, 먼저 이름과 모습을 기억하는 일을 하고 싶다. 무엇이든 좋다고 말하기보다는 내가 실제로 본 것과 배운 것을 구분해서 기록하는 편이 더 오래 남는다. 둥굴레차를 마시며 느낀 구수한 향은 내 경험이고, 식물의 종류와 이름은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두 가지를 섞지 않고 함께 기억하면 글도 더 편안해진다.

 

회사에 비치된 둥굴레차 티백은 앞으로도 늘 비슷한 자리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더 이상 단순한 티백만은 아니다. 오후의 작은 휴식, 약초 공부에서 들은 낯선 식물 이름, 그리고 언젠가 실제 둥굴레의 잎과 꽃을 다시 보고 싶다는 마음이 함께 담긴 물건이 됐다. 익숙한 차 한 잔이 식물의 세계로 이어진 경험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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