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식당에서 가끔 방풍나물이 반찬으로 나오면 나는 늘 반가웠다. 특유의 향이 있고, 씁쓸하면서도 입안에 오래 남는 맛이 좋아서 다른 나물보다 먼저 챙겨 먹곤 했다. 동료들 사이에서도 방풍나물이 나오면 오늘은 조금 특별한 나물이 나왔다며 한 마디씩 하곤 했다. 나 역시 그동안 방풍나물이라고 부르니 당연히 약초로 쓰는 방풍과 같은 식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약초원을 방문해 교수님이 실제 방풍을 보여 주며 설명해 주시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내가 회사 식당에서 먹던 방풍나물과 약재 방풍이 서로 다른 식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평소 즐겨 먹던 나물의 이름을 잘못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조금 허탈하기도 했지만, 이름 하나를 제대로 구분하게 된 일이 오히려 더 흥미롭게 느껴졌다.
회사 식당에서 기다리던 방풍나물
회사 식당에서 나물 반찬이 나오는 날이면 반찬통을 한 번 더 살펴보게 된다. 시금치나 콩나물처럼 자주 나오는 나물도 좋지만, 가끔 방풍나물이 보이면 왠지 반가운 마음이 든다. 다른 나물과는 다른 향이 있고, 씁쓸한 맛도 있어서 밥과 함께 먹으면 입맛이 살아나는 느낌이 있다.
나는 방풍나물이 나오면 대체로 한 번 더 담아 먹는 편이었다. 향이 강한 나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익숙한 반찬일 수 있지만, 처음 먹는 사람에게는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도 된장이나 양념과 함께 무쳐 나온 방풍나물은 특유의 향이 지나치게 세지 않고, 씹을수록 나물다운 맛이 느껴져 좋았다.
회사 동료들 사이에서도 방풍나물은 가끔 이야깃거리가 됐다. “오늘은 방풍나물이 나왔네”라는 말이 나오면 누군가는 향이 좋다고 하고, 누군가는 조금 씁쓸해서 많이 먹지는 못하겠다고 했다. 나는 그럴 때마다 방풍나물이라는 이름이 주는 느낌 때문에, 그냥 평범한 나물보다 조금 더 특별한 반찬처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때의 나는 방풍나물과 방풍이 서로 같은 식물이라고 믿었다. 이름에 방풍이라는 말이 들어 있으니, 식당에서 먹는 나물도 약초원에서 배우는 방풍과 당연히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방풍나물이 나오면 약초 반찬이 나왔다고 말하곤 했다.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도 이름만으로 쉽게 연결해 생각했던 셈이다.
약초 공부를 시작하고 나서야 식물 이름이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조금씩 알게 됐다. 같은 이름처럼 들리는 식물도 실제로는 다를 수 있고, 식물명과 생약명이 따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회사 식당에서 먹던 방풍나물도 그런 사례 가운데 하나였다.
지금 돌아보면 방풍나물을 좋아했던 이유는 건강에 관한 기대가 아니라, 그 향과 맛 때문이었다. 회사 식당에서 평소보다 조금 색다른 나물을 만나는 즐거움,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반찬 이야기를 나누는 일상이 더 크게 기억에 남는다. 그 반찬이 어떤 식물인지 정확히 알게 된 뒤에도, 방풍나물에 대한 그 반가운 마음은 달라지지 않았다.
약초원에서 본 방풍의 다른 모습

약초원을 방문했을 때 교수님은 실제 방풍을 보여 주며 식물의 이름과 모습을 설명해 주셨다. 나는 그때까지 방풍나물과 방풍이 같은 식물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눈앞의 식물을 보며 조금 당황했다. 평소 식당에서 보던 방풍나물의 잎과는 인상이 꽤 달랐기 때문이다.
내가 회사 식당에서 먹던 방풍나물은 비교적 넓고 도톰한 잎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약초원에서 본 방풍은 잎이 더 잘게 갈라져 있었고, 처음에는 쑥이나 익모초 잎을 떠올리게 하는 느낌도 들었다. 물론 내가 본 것은 약초원에서의 짧은 관찰이므로, 잎의 구조를 정확한 식물 용어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다만 같은 이름을 떠올리게 하는 두 식물의 모습이 전혀 다르게 보였다는 인상은 분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생약 규격에서 방풍은 산형과 식물인 방풍 Saposhnikovia divaricata의 뿌리로 규정된다. 즉 약재명 방풍은 식물의 이름이면서 뿌리와 연결된 생약명이기도 하다. 약초원에서 교수님이 보여 주신 식물은 내가 식당에서 보던 나물과는 다른 식물이라는 설명이 이제야 이해됐다.
실제 식물을 보고 나니, 이름만 비슷하다고 같은 식물이라고 생각했던 내 판단이 단순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식물은 사진이나 포장지의 이름만으로 배울 때보다, 실제 잎과 줄기, 자라는 모습을 함께 볼 때 더 구체적으로 기억된다. 약초원에서 본 방풍은 내게 이름과 모습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 준 식물이었다.
교수님의 설명을 들은 뒤에는 회사 식당의 방풍나물도 다시 떠올랐다. 그동안 나는 방풍이라는 이름 하나로 두 식물을 같은 것으로 묶어 생각했다. 하지만 약초원에서 실제 방풍을 보니, 식당 나물의 향과 맛을 떠올리는 일과 약초원 식물을 관찰하는 일은 서로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약초 공부를 하며 느끼는 재미는 이런 순간에 있다. 예전에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이름 하나가, 다시 배우고 나면 전혀 다른 질문을 남긴다. 방풍은 내게 바로 그런 식물이다. 같은 이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른 식물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잎의 모습으로 직접 확인하게 해 준 기억으로 남았다.
식방풍이라는 이름을 새로 배우다
우리가 흔히 방풍나물이라고 부르는 식물은 갯기름나물과 연결되며, 생약명으로는 식방풍이라고도 불린다. 갯기름나물의 학명은 Peucedanum japonicum이며, 바닷가의 바위틈이나 모래땅, 모래언덕 등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소개된다. 이름만 들었을 때는 방풍의 한 종류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약재 방풍과는 다른 식물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식방풍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조금 복잡하게 느껴졌다. 방풍나물, 갯기름나물, 식방풍이라는 이름이 한 식물과 연결되고, 약재 방풍은 또 다른 식물이라는 설명을 한 번에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름을 천천히 나누어 생각하니 조금 정리가 됐다. 내가 회사 식당에서 먹던 나물은 갯기름나물, 또는 식방풍과 연결되는 식물이라는 정도로 기억하면 될 것 같다.
갯방풍이라는 이름까지 들으니 더욱 흥미로웠다. 방풍이라는 말이 들어간 식물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이름이 여러 곳에서 쓰이고 있었다. 식물 이름에는 자라는 장소나 생김새, 옛날부터 불려 온 이름이 섞여 있을 수 있으니, 처음에는 헷갈리는 것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예전 같았으면 누군가 방풍나물을 두고 방풍이라고 하면 나도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이제는 굳이 아는 척을 하기보다, “식당에서 먹는 방풍나물은 식방풍 또는 갯기름나물과 연결된다고 들었다”는 정도로 조심스럽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정확한 이름을 배우는 일은 누군가를 바로잡기 위한 것보다, 내가 함부로 단정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공부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회사 식당에서 방풍나물이 나오면 예전처럼 반갑게 먹을 것이다. 다만 이제는 반찬통 속 나물을 보면서 약초원에서 본 다른 잎 모양의 방풍도 함께 떠올릴 것 같다. 향이 좋은 나물과 약초원에서 관찰한 식물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은, 평범한 점심 반찬에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준다.
방풍나물과 방풍의 차이를 알게 된 날은, 식물 이름을 정확히 구분하는 일이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것을 느낀 날이기도 했다. 회사 식당의 반찬으로 시작된 작은 궁금증이 약초원 견학과 연결되고, 갯기름나물과 식방풍이라는 새로운 이름까지 이어졌다. 앞으로도 익숙한 음식이나 식물을 만날 때 이름부터 다시 살펴보는 습관을 가져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