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궁은 약초 공부를 하면서 이름과 모습을 함께 알게 된 식물이다. 공부하기 전에도 천궁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 본 것 같았지만, 어떤 식물인지 떠올릴 수는 없었다. 약초원을 방문했을 때 교수님이 천궁을 가리키며 설명해 주셨고, 그제야 눈앞의 여린 식물이 천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봄이라 아직 크게 자라지 않은 상태였는지, 내 눈에는 쑥이나 익모초와 비슷한 느낌으로 보였다.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함께 있던 다른 수강생 한 분도 처음에는 쑥인 줄 알았다고 말씀하셨다. 같은 식물을 보고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는 사실에 조금 안심이 됐다. 약초원에서 본 천궁은 꽃도 없고 줄기도 크지 않아, 이름을 듣지 않았다면 그냥 잎이 갈라진 초록 식물로 지나쳤을 것 같다.
봄 새싹에서 본 천궁

약초원에서 본 천궁은 잎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었다. 쑥이나 익모초를 떠올리게 한 것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식물의 잎만 보고 이름을 정확히 구별할 만큼 익숙하지 않다. 특히 봄에 막 자라기 시작한 식물은 크기가 작고 주변의 다른 풀과 섞여 있어 더 비슷하게 보였다.
교수님의 설명을 들으며 천궁이라는 이름을 처음 식물의 모습과 연결했다. 약초원에서는 한 자리에서 오래 머물기보다 여러 식물을 차례로 보게 된다. 그래서 줄기의 높이나 잎의 수, 자라는 방향까지 자세히 기록하지는 못했다. 다만 약초원 밭의 봄빛 속에서 쑥처럼 보이던 잎을 바라보고, 천궁이라는 이름을 들었던 장면은 남아 있다.
집에 돌아온 뒤 천궁 사진을 찾아보니, 다 자란 모습은 약초원에서 본 어린 식물과 인상이 달랐다. 잎이 더 풍성해지고 줄기가 자란 뒤에는 한 포기의 모습이 또렷해 보였다. 특히 꽃이 핀 사진에서는 작은 흰 꽃들이 여러 개 모여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약초원에서 본 여린 새싹이 시간이 지나면 흰 꽃이 모인 풍성한 꽃차례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천궁은 여러해살이풀로, 줄기가 자라면 30~60cm 정도가 되고 여름 끝 무렵 흰 꽃이 가지 끝에 모여 핀다고 소개된다. 잎은 여러 번 갈라지는 겹잎 형태로 설명되며, 땅속의 뿌리줄기는 울퉁불퉁한 덩어리처럼 보일 수 있다. 내가 약초원에서 본 봄의 잎과 자료 속 꽃, 뿌리줄기 사진이 서로 다른 계절의 한 식물로 이어졌다.
사진을 보며 어린 식물의 모습만으로 그 식물의 전체를 짐작하기 어렵다는 점을 다시 느꼈다. 봄의 새싹은 쑥처럼 보였지만, 꽃과 뿌리줄기까지 보면 전혀 다른 식물의 모습이 이어졌다. 앞으로 산이나 들에서 낯선 새싹을 만나더라도 잎의 첫인상만으로 이름을 정하지 말고, 계절과 꽃, 전체 형태를 함께 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울퉁불퉁한 뿌리줄기의 모습
천궁을 찾아보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땅속의 뿌리줄기였다. 사진 속 뿌리줄기는 옆으로 울퉁불퉁하게 뭉쳐 있는 모양이었다. 땅 위의 여린 잎만 보았을 때는 그 아래에 그런 모습이 이어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한 포기의 식물은 잎과 줄기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땅속 부분까지 함께 기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료에서는 천궁의 뿌리줄기가 고르지 않은 결절 모양의 덩어리로 소개된다. 약초원에서 내가 직접 뿌리줄기를 캐 보거나 만져 본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사진과 설명에서 본모습을 약초원에서 직접 확인한 것처럼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봄의 어린잎과 울퉁불퉁한 뿌리줄기 사진이 같은 식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경험은 남아 있다.
강의에서는 천궁이 당귀와 함께 자주 언급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나는 예전에 천궁과 당귀가 함께 적힌 환 제품의 이름을 본 적이 있어, 강의에서 두 이름이 나오자 낯익게 느껴졌다. 하지만 제품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과 실제 식물을 안다는 일은 다르다는 점도 천궁을 보며 알게 됐다. 약초원에서 본 천궁은 포장지의 글자를 잎과 줄기를 가진 식물로 바꾸어 준 이름이었다.
어머니의 한약 향을 떠올리며
천궁이라는 이름을 들으니 예전에 어머니가 한약을 지어 오셨을 때 집 안에 퍼지던 진한 향이 떠올랐다. 당시에는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알지 못했고, 그저 봉지를 열면 나는 낯선 향으로만 기억했다. 약초 공부를 한 뒤에는 그 향 속에 당귀나 천궁처럼 이름을 들은 식물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물론 그때의 한약에 실제로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그 향을 천궁이나 당귀의 향이라고 단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약초원에서 식물의 이름을 배우고 나니, 어린 시절 집 안에 남아 있던 냄새도 전보다 여러 식물의 이름과 함께 떠오르는 점이 흥미롭다.
천궁은 내게 쑥으로 착각했던 봄의 잎, 사진에서 본 흰 꽃, 울퉁불퉁한 뿌리줄기, 그리고 어머니의 한약 봉지에서 나던 향을 이어 주는 식물이다. 아직 천궁을 잘 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름을 들으면 약초원에서 잠시 멈춰 바라봤던 여린 잎이 먼저 떠오른다. 약초를 배우며 얻은 변화는 낯선 이름을 외운 데 있지 않다. 비슷해 보이는 식물을 조금 더 오래 보고, 한 계절의 모습만으로 쉽게 판단하지 않게 된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