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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원에서 이름으로 만나고 쌈의 향으로 기억한 당귀

by jamkkum 2026. 8. 26.

약초를 배우면서 다시 보게 된 식물 가운데 하나가 당귀다. 처음에는 당귀라는 이름이 익숙하면서도 실제 식물의 모습은 잘 떠오르지 않았다. 강의에서 당귀라는 이름에 담긴 이야기를 듣고, 약초원에서 표지판 옆에 자라는 식물을 보며 저것이 당귀구나 하고 눈으로 익혔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때는 많은 식물을 한꺼번에 배우던 중이라 당귀의 잎과 향까지 또렷하게 기억하지는 못했다.

 

그러다 얼마 전 약초를 함께 공부하는 지인의 집과 밭을 방문하면서 당귀를 다시 만났다. 밭에는 처음 보는 약초가 많았고, 하나씩 이름을 물으며 걷는 시간이 마치 살아 있는 약초 도감 속을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식사 자리에서 독특한 향이 나는 쌈을 먹고 나서야, 그 잎이 당귀라는 말을 듣고 약초원에서 보았던 식물이 다시 또렷하게 떠올랐다.

약초원에서 이름으로 만난 당귀

약초를 배우기 전에도 당귀라는 이름은 여러 곳에서 들어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름을 들었을 때 어떤 잎이 달리고, 어느 계절에 어떤 모습으로 자라는 식물인지까지 떠올리기는 어려웠다. 당귀는 내게 식물의 모습보다 이름이 먼저 알려진 약초였다. 그래서 약초원에서 실제 당귀를 보았을 때, 글자로만 알고 있던 이름이 눈앞의 식물과 연결되는 느낌이 들었다.

 

교수님의 설명을 들으며 표지판 아래의 식물을 바라보았지만, 당시에는 당귀만 집중해서 관찰하기보다는 여러 약초를 함께 둘러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처음 듣는 이름이 많았고, 비슷한 잎을 가진 식물도 있어 하나하나 기억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당귀라는 이름을 들을 때마다 약초원에서 본 초록 잎과 줄기의 모습이 희미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참당귀는 미나리과 식물로 소개되며, 학명은 Angelica gigas이다. 생약명으로 쓰이는 당귀는 이 식물의 뿌리와 연결된다. 나는 이 정보를 어떤 건강 효과로 이해하기보다, 생활에서 듣던 당귀라는 말이 실제 식물과 뿌리라는 구체적인 모습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약초원 견학을 하며 느낀 것은 식물 이름을 외우는 것과 실제 식물을 알아보는 일이 다르다는 점이었다. 이름을 듣는 순간에는 알 것 같다가도, 다른 자리에서 비슷한 잎을 보면 쉽게 헷갈릴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한 번 본 식물을 완전히 알게 됐다고 생각하기보다, 다음에 다시 만나면 조금 더 눈여겨보겠다는 마음으로 기억해 두려고 한다.

 

당귀도 처음에는 표지판 속 이름에 가까웠다. 그러나 지인의 밭에서 다시 본 뒤에는 약초원에서 지나쳤던 모습이 조금 다르게 떠올랐다. 한 번 들은 이름이 실제 식물과 식사 자리의 향으로 이어지면서, 당귀는 더 이상 낯선 한자 이름만은 아니게 됐다.

 

약초 공부를 하며 새롭게 알게 되는 재미는 바로 이런 순간에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강의 노트에 적힌 단어였던 이름이, 어느 날 밭의 잎으로 보이고, 또 다른 날에는 식탁 위 쌈으로 나타난다. 당귀는 내게 이름을 배우는 일과 생활 속에서 식물을 알아보는 일이 연결된 사례로 남았다.

살아 있는 약초 도감 같았던 밭

지인의 집에서 쌈나물로 먹었던 당귀
지인의 집에서 쌈나물로 먹었던 당귀

약초를 함께 공부하는 지인의 집을 방문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집 주변과 밭에 자라는 다양한 식물이었다. 약초원에서는 정리된 구역과 표지판을 따라 식물을 보았다면, 지인의 밭에서는 생활공간 가까이에서 자라는 약초들을 만날 수 있었다. 처음 보는 식물도 많았고, 사진이나 자료에서만 보았던 이름이 실제로 흙에서 자라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밭을 걸으며 지인에게 식물 이름을 하나씩 물어보는 시간은 즐거웠다. 잎의 모양이 다른 이유나 줄기가 자라는 방향, 향이 나는 식물의 특징을 들으며 걷다 보니 평소에는 지나칠 법한 작은 잎도 눈에 들어왔다. 식물 이름을 잘 모르더라도 질문을 하고 답을 듣는 과정 자체가 공부처럼 느껴졌다.

 

당귀는 그 밭에서 다시 만난 약초 가운데 하나였다. 약초원에서 한 번 보았던 식물이었지만, 밭에서 보는 당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약초원에서는 표지판과 설명을 함께 읽으며 식물을 보았다면, 지인의 밭에서는 다른 약초와 나물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는 모습을 보게 됐다. 같은 식물도 어디에서 보느냐에 따라 기억되는 방식이 달라지는 것 같았다.

 

나는 약초원에서 본 식물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도 좋지만, 실제로 자라는 자리에서 다시 보는 경험이 더 오래 남는다고 느낀다. 흙의 상태와 주변에 함께 자라는 식물, 바람에 움직이는 잎을 함께 보면 이름만 외울 때보다 식물이 더 구체적으로 기억된다. 지인의 밭은 내게 그런 관찰의 공간이었다.

 

밭에는 당귀 외에도 처음 듣는 약초가 많았다. 이름을 모두 기억하지는 못했지만, 한 번에 다 외우지 못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것은 모르는 식물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이름을 묻고 모습을 다시 살펴보는 일이었다. 다음에 같은 식물을 만났을 때 “전에 본 적이 있다”는 기억이 남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이어질 수 있다.

 

그날의 밭은 책 속 사진보다 더 많은 정보를 보여 주었다. 잎의 크기와 색, 줄기의 높이, 주변 식물과의 간격처럼 글로만 보던 내용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당귀라는 이름도 그렇게 다시 기억됐다. 약초원 표지판에서 시작된 이름이 지인의 밭에서 실제 풍경으로 이어진 날이었다.

쌈 한 장에서 떠오른 당귀의 향

지인의 집에서 식사를 하던 중 여러 가지 나물을 쌈으로 먹을 기회가 있었다. 밭에서 바로 채취한 잎들이 식탁에 올라왔고, 된장과 함께 하나씩 맛보며 어떤 식물인지 물어보았다. 그 가운데 유난히 독특한 향이 나는 잎이 있었다. 처음에는 이름을 알지 못했지만, 향이 강하면서도 쉽게 잊히지 않아 다시 물어보게 됐다.

 

지인은 그 잎이 당귀라고 알려 주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약초원에서 보았던 당귀가 떠올랐다. 분명 당귀라는 이름과 식물을 본 적은 있었지만, 그때는 잎의 향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기억이 완전히 이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 식사 자리에서 쌈으로 먹고 향을 맡은 뒤에야, 당귀라는 식물이 훨씬 또렷하게 인식됐다.

 

당귀의 향은 다른 쌈 채소와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된장과 함께 먹으니 향이 더 분명해졌고, 잎 하나만으로도 식탁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듯했다. 나는 그 향을 정확한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한 번 맡으면 다시 기억날 것 같은 향이라고 생각했다. 식물은 눈으로 보는 모습뿐 아니라 향으로도 오래 기억된다는 사실을 그날 다시 느꼈다.

 

당귀를 쌈으로 먹으며 문득 쌈밥집에서의 기억도 떠올랐다. 우렁쌈밥이나 쌈밥을 먹으러 가면 여러 종류의 쌈 채소가 한 접시에 나오곤 한다. 그때는 각각의 이름을 잘 모르고 된장과 함께 맛있게 먹기만 했다. 그런데 지인의 집에서 당귀 향을 알고 나니, 예전에 쌈밥집에서 맡았던 독특한 향도 당귀였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식탁에 올라오던 쌈 나물 가운데 하나가 당귀였다는 사실은 조금 신기했다. 약초로 먼저 배우고 나서 음식으로 다시 만난 것이 아니라, 음식으로 여러 번 만났지만 이름을 몰랐던 셈이다. 약초 공부를 통해 이름을 알게 되자, 예전의 식사 기억도 새롭게 연결됐다.

 

당귀는 이제 내게 단순히 약초원에서 본 식물이 아니다. 지인의 밭에서 걸으며 다시 본 잎, 식탁 위에서 맡은 진한 향, 쌈밥집에서 무심히 지나쳤던 나물의 기억이 함께 담긴 식물이다. 앞으로 당귀를 보거나 향을 맡게 되면, 약초원 표지판과 지인의 밭, 그날의 식사 자리가 함께 떠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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