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6 5월 약초원 식물 표본장에서 처음 본 삽주와 백출환의 기억 삽주는 약초 공부를 하면서 처음 이름과 모습을 함께 알게 된 식물이다. 5월 중순 약초원을 방문했을 때 식물 표본장에서 삽주를 처음 만났다. 진한 연두색 잎이 줄기에서 하나씩 뻗어 나왔고, 맨 위쪽 잎은 한 장이 다섯 갈래로 나뉜 듯 보여 한참 바라봤다. 그날은 꽃이 보이지 않았다. 꽃이 피기 전이었는지, 이미 지난 뒤였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름을 모르는 식물이 잎의 모양 하나로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다. 약초원에서 처음 본 식물은 한 번의 관찰만으로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삽주도 그날 식물 표본장에서 본 잎 모양 때문에 다른 약초와 조금 다르게 남았다. 꽃을 보지 못했기에 오히려 다른 계절에는 어떤 모습일지 자료에서 더 찾아보게 된 식물이다.식물 표본장에서 본 진한 연두색 잎삽주를 처음 본 곳은 수강.. 2026. 8. 16. 아파트 화단을 채운 맥문동의 보라색 꽃과 검은 열매 우리 아파트 화단에는 맥문동이 많이 심어져 있다. 그동안에는 길쭉한 잎이 모여 있는 흔한 조경용 화초라고만 생각했다. 약초 강의를 듣고 나서야 왜 화단에 이렇게 넓게 심어 두는지 조금 이해하게 됐다. 사계절 내내 잎이 남아 있고 포기가 촘촘해 다른 풀이 들어설 자리가 적어 보였기 때문이다. 이제 화단을 지날 때면 맥문동은 그냥 배경이 아니라,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 주는 식물로 보인다. 특히 비가 온 뒤 화단을 지날 때면 잎이 더 짙어 보인다. 큰 나무 아래처럼 다른 꽃이 눈에 잘 띄지 않는 자리에서도 맥문동은 포기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이 식물이 아파트 조경에서 오래 쓰이는 이유를 어렴풋이 생각하게 됐다. 직접 화단을 관리해 본 적은 없지만, 여러 계절 동안 같은 자리를 지나.. 2026. 8. 13. 시골에서 자랐지만 약초원에서 처음 만난 고삼 약초 강의를 듣는 수강생들과 함께 서울대 약초원을 방문했을 때 고삼이라는 식물을 처음 제대로 봤다. 교수님은 고삼이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시골에서 자랐는데도 고삼을 본 기억이 없어서 조금 의아했다. 이름을 몰라서 그냥 지나쳤던 것인지, 내가 살던 곳에는 눈에 잘 띄지 않았던 것인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시골에서 지낸 시간이 길다고 해서 주변 식물을 모두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논밭 가장자리와 낮은 산, 집 근처 길가에는 늘 풀이 많았다. 그런데 나는 꽃이 유난히 눈에 띄는 식물이나 열매가 달리는 나무 정도만 이름을 기억했던 것 같다. 나머지는 그저 풀이라고 부르며 지나갔다. 약초원에서 고삼이라는 이름을 듣고 나니, 예전 시골 풍경 속에도 내가 몰랐던 식물이 많았겠다.. 2026. 8. 7. 약초원에서 만난 바디나물과 어머니의 베틀 바디나물이라는 이름은 약초 공부를 하면서 처음 알게 됐다. 약초원을 방문했을 때 약초학 교수님이 눈앞의 식물을 가리키며 바디나물이라고 알려주셨다. 그전까지는 이름을 들어본 기억도 없었다. 가까이에서 본 바디나물은 처음에는 들이나 산야에서 흔히 보는 풀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이름을 듣기 전까지는 주변 식물 사이에서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한참 바라보고 나니 잎이 크고 여러 갈래로 나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식물의 이름을 들을 때마다 바로 외우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 그날은 이름이 독특해서인지, 교수님이 알려준 뒤에도 바디나물이라는 말이 오래 남았다. 이름을 알고 나서 다시 보면 전에는 그냥 지나쳤을 잎과 줄기에도 시선이 머문다. 바디나물은 내게 이름을 들은 순간과 잎의 윤곽이 함께 기억된.. 2026. 8. 6. 군대에서 처음 맛본 두릅과 땅두릅이라는 이름 내가 두릅을 처음 먹어본 것은 30년 전 군대에서였다. 최전방 산속 부대에서 근무하던 때라, 봄이 오면 훈련이나 작업을 위해 산으로 나가는 일이 많았다. 부대 가까운 야산에는 봄철마다 두릅나무가 모여 자라는 곳이 있었고, 나는 선임들을 따라다니며 새순을 찾는 모습을 처음 봤다. 그때의 나는 두릅이라는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어느 부분을 살펴야 하는지와 어떻게 손을 대야 하는지는 전혀 몰랐다. 두릅나무에는 가시가 많았다. 선임들은 가시를 피하면서 새순을 꺾었지만, 처음 따라 해 보는 내 손에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어디를 잡아야 할지 몰라 손을 여러 번 긁히기도 했다. 그 뒤로는 무작정 손부터 내밀기보다, 먼저 줄기와 가시가 있는 자리를 살피게 됐다. 봄 산에서 새순 하나를 만나는 일도 익숙하지 않은 사.. 2026. 8. 5. 산책길의 환삼덩굴을 그냥 지나치지 않게 된 이유 환삼덩굴이라는 이름이 내 기억에 남게 된 것은 몇 년 전 친구를 만났던 날부터다. 오랜만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생활과 건강에 관한 이야기로 흘렀다. 친구는 시골집에 갔을 때 환삼덩굴을 직접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름부터 낯설었는데, 친구가 꽤 진지하게 그 식물 이야기를 이어가니 나도 귀를 기울이게 됐다. 그때까지 내게 환삼덩굴은 이름조차 익숙하지 않은 식물이었다. 산책길이나 하천 근처에서 덩굴이 무성하게 자란 모습을 본 적은 분명 있었을 텐데, 그것이 어떤 식물인지 따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길가의 풀은 대개 비슷하게 보였고, 덩굴식물은 울타리나 다른 풀을 감고 자라면 그냥 잡초가 많이 자랐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친구와 나눈 대화 뒤에는, 평소 가까이 있던 식물인데도 이름.. 2026. 8. 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