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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관찰19

차전자라는 이름으로 다시 만난 길가의 질경이 약초를 공부하면서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 가운데 하나는, 같은 식물도 어떤 이름으로 부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차전자라고 하면 왠지 낯설고 특별한 재료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그것이 질경이의 씨를 가리키는 이름이라는 설명을 듣고 나니, 어릴 때부터 길가에서 보아 온 질경이가 다시 떠올랐다. 질경이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식물이다. 아스팔트가 갈라진 틈이나 사람들이 밟고 다니는 길가에서도 잎을 펼친 모습을 볼 때가 있다. 어린 시절에는 질경이 줄기를 뽑아 친구들과 줄기 끊기 놀이를 했다. 서로 더 질긴 줄기를 골라 잡아당기다 끊어지는 순간에 웃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저 흔한 풀로 보았던 질경이가 차전자라는 이름으로 다시 연결되자, 익숙한 길가의 풍경도 조금 다르게 보.. 2026. 8. 23.
인터넷에서 주문한 우슬과 어머니의 밭둑 이야기 우슬이라는 이름은 약 10년 전 어머니께 무언가를 챙겨 드리려고 인터넷을 찾아보던 때 처음 또렷하게 알게 됐다. 당시 나는 우슬과 우슬로 만든 엿을 주문해 어머니께 드렸다. 정확히 어떤 식물인지, 어떻게 손질하고 보관하는지, 어머니께서 실제로 어떻게 쓰실지까지는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 인터넷에서 본 이름과 한약재상이라는 말만 믿고 급하게 주문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하면 재료만 덜렁 전해드린 셈이다. 그런데 약초 공부를 하며 우슬의 식물 모습을 다시 배우자, 어머니가 “그건 논두렁이나 밭두렁, 길가에 많이 있다”라고 하셨던 말이 떠올랐다. 내게는 주문해서 받은 낯선 재료였지만, 어머니에게는 젊은 날 밭일을 하며 이미 익혀 둔 익숙한 식물이었던 것이다. 이름 하나를 뒤늦게 배우며, 그때 어머니 말씀을.. 2026. 8. 21.
등굣길 찔레나무에서 먼저 꺾던 봄의 새순 약초 공부를 하며 가장 자주 떠올리는 것은, 시골에서 흔하게 보던 풀과 나무가 저마다 이름을 가진 식물이었다는 사실이다. 찔레나무도 그렇다. 어린 시절의 찔레나무는 약초원에서 배운 식물이 아니라 논둑과 밭둑, 하천 둑에 늘 있던 가시나무였다. 봄이면 그 가지에서 올라오는 여린 새순을 친구들과 꺾어 먹었고, 가을에는 붉은 열매를 보면서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시간이 흐른 뒤 찔레나무라는 이름을 다시 배우니, 고향의 등굣길과 친구들의 얼굴이 함께 떠오른다. 그때의 나는 찔레나무를 귀한 식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가시에 찔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나무, 조금만 자라면 순이 질겨지는 나무, 길가에 너무 흔해서 굳이 이름을 묻지 않는 나무에 가까웠다. 그런데 지금은 그 흔함 자체가 오래된 기억의 배경이었.. 2026. 8. 20.
시골 밭의 노란 꽃에서 다시 떠올린 결명자차 결명자는 어릴 때부터 이름을 많이 듣고, 밭에서도 어렴풋이 보았던 식물이다. 시골에서 자랄 때 가끔 결명자와 율무, 수수를 조금씩 심는 농가가 있었다. 우리 집은 따로 재배하지 않았지만, 동네 밭 한쪽에서 노란 꽃이 피고 자라는 모습을 본 기억은 남아 있다. 당시에는 그 식물이 결명자인지, 그냥 밭에 피는 노란 꽃인지 정확히 구분하지 못했다. 시간이 흐른 뒤 약초 공부를 하며 결명자의 이름과 꽃을 다시 연결하게 됐다. 이제 결명자차를 마실 때면 차의 색보다 먼저 고향 밭과 그곳의 노란 꽃이 떠오른다. 결명자는 평소에는 차 이름으로 더 익숙했지만, 내 기억 속에서는 밭의 작물로 먼저 남아 있다. 차를 끓이는 주방의 향과 흙이 보이던 고향 밭은 전혀 다른 장면처럼 보이지만, 결명자라는 이름 하나가 그 둘을 .. 2026. 8. 19.
5월 약초원 식물 표본장에서 처음 본 삽주와 백출환의 기억 삽주는 약초 공부를 하면서 처음 이름과 모습을 함께 알게 된 식물이다. 5월 중순 약초원을 방문했을 때 식물 표본장에서 삽주를 처음 만났다. 진한 연두색 잎이 줄기에서 하나씩 뻗어 나왔고, 맨 위쪽 잎은 한 장이 다섯 갈래로 나뉜 듯 보여 한참 바라봤다. 그날은 꽃이 보이지 않았다. 꽃이 피기 전이었는지, 이미 지난 뒤였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름을 모르는 식물이 잎의 모양 하나로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다. 약초원에서 처음 본 식물은 한 번의 관찰만으로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삽주도 그날 식물 표본장에서 본 잎 모양 때문에 다른 약초와 조금 다르게 남았다. 꽃을 보지 못했기에 오히려 다른 계절에는 어떤 모습일지 자료에서 더 찾아보게 된 식물이다.식물 표본장에서 본 진한 연두색 잎삽주를 처음 본 곳은 수강.. 2026. 8. 16.
벚꽃이 진 뒤 제방에 남는 검은 버찌 버찌는 제방 둑의 벚나무를 볼 때마다 계절의 순서를 떠올리게 하는 열매다. 초봄에는 흰색과 연분홍의 벚꽃이 줄지어 피고, 꽃잎이 바람에 흩어진 뒤에는 초록 열매가 조용히 맺힌다. 열매는 붉은빛을 거쳐 짙은 검은색으로 변하고, 익은 버찌가 떨어질 무렵이면 제방 바닥에는 작은 구슬 같은 흔적이 남는다. 오랫동안 내게 버찌는 보기만 하는 열매였다. 그러다 문경 여행에서 친구의 말로 처음 맛을 보며, 늘 지나치던 열매를 다른 기억으로 만나게 됐다. 버찌라는 이름을 알고 나서도 처음에는 꽃이 진 벚나무를 굳이 올려다보지 않았다. 문경에서 맛을 본 뒤에야 제방의 나무도 꽃만 피는 것이 아니라, 초록 열매와 검은 열매를 차례로 남긴다는 사실을 더 자주 생각하게 됐다.벚꽃이 지나간 제방에 남는 검은 구슬우리 동네 제방.. 2026.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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