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관찰6 소꼴을 하던 들판에서 뒤늦게 떠올린 달맞이꽃 달맞이꽃이라는 이름은 오래전부터 들었지만, 실제로 어떤 꽃이 달맞이꽃인지 제대로 안 것은 약초 강의를 들은 뒤였다. 교수님이 영상에서 식물을 직접 보여주시자 고향의 논두렁과 작은 하천가가 떠올랐다. 키가 크고 노란 꽃을 피우던 식물을 여러 번 봤는데, 그때는 이름을 몰랐다. 이제야 그 꽃이 달맞이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익숙했던 풍경 하나에 이름이 붙으니, 예전 기억도 조금 다르게 이어진다. 이름을 알게 된 뒤에는 오래전 소꼴을 하러 다니던 들판도 전과 조금 다르게 떠오른다. 그때는 노란 꽃이 피어 있어도 소가 먹을 풀을 얼마나 많이 베어야 하는지가 더 중요했다. 이제는 그 풀밭의 식물도 저마다 다른 이름과 이야기를 지닌 채 자라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논두렁의 노란 꽃을 뒤늦게 떠올리다고향 .. 2026. 8. 11. 아파트 화단에서 계절마다 다시 보게 된 산수유나무 광고 문구 뒤에 남은 산수유라는 이름한때 “남자한테 참 좋은데”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나도 주변에서 그 말을 따라 한 적이 있고, 지금도 가끔 그 표현을 들을 때가 있다. 처음에는 그저 광고에서 나온 익숙한 문구로만 기억했다. 나중에 그 제품의 주원료가 산수유였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산수유라는 이름이 더 친숙하게 다가왔다. 광고에서 들은 이름은 오래 기억에 남지만, 실제 식물의 모습까지 바로 떠오르는 것은 아니었다. 산수유는 특별한 산이나 여행지에서만 만나는 나무가 아니라 우리 아파트 화단에도 심겨 있었다. 다른 아파트 단지를 지날 때도 노란 꽃이 보이면 산수유나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처음에는 봄에 피는 노란 꽃 때문에 산수유나무를 기억했다. 꽃이 한꺼번에 모여 피면 멀리서도.. 2026. 8. 10. 시골에서 자랐지만 약초원에서 처음 만난 고삼 익숙한 시골 풍경에 없던 이름약초 강의를 듣는 수강생들과 함께 서울대 약초원을 방문했을 때 고삼이라는 식물을 처음 제대로 봤다. 교수님은 고삼이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시골에서 자랐는데도 고삼을 본 기억이 없어서 조금 의아했다. 이름을 몰라서 그냥 지나쳤던 것인지, 내가 살던 곳에는 눈에 잘 띄지 않았던 것인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시골에서 지낸 시간이 길다고 해서 주변 식물을 모두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논밭 가장자리와 낮은 산, 집 근처 길가에는 늘 풀이 많았다. 그런데 나는 꽃이 유난히 눈에 띄는 식물이나 열매가 달리는 나무 정도만 이름을 기억했던 것 같다. 나머지는 그저 풀이라고 부르며 지나갔다. 약초원에서 고삼이라는 이름을 듣고 나니, 예전 시골 풍경 속에도.. 2026. 8. 7. 약초원에서 만난 바디나물과 어머니의 베틀 교수님이 가리킨 낯선 이름바디나물이라는 이름은 약초 공부를 하면서 처음 알게 됐다. 약초원을 방문했을 때 약초학 교수님이 눈앞의 식물을 가리키며 바디나물이라고 알려주셨다. 그전까지는 이름을 들어본 기억도 없었다. 가까이에서 본 바디나물은 처음에는 들이나 산야에서 흔히 보는 풀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한참 바라보고 나니 잎이 크고 여러 갈래로 나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식물의 이름을 들을 때마다 바로 외우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 그날은 이름이 독특해서인지, 교수님이 알려준 뒤에도 바디나물이라는 말이 오래 남았다. 이름을 알고 나서 다시 보면 전에는 그냥 지나쳤을 잎과 줄기에도 시선이 머문다. 교수님은 잎이 잘리면 하얀 진액이 보인다고 설명하셨다. 나는 그 설명을 들으며 식물마다 눈에 띄는 특징.. 2026. 8. 6. 군대에서 처음 맛본 두릅과 땅두릅이라는 이름 최전방 봄 산에서 배운 새순내가 두릅을 처음 먹어본 것은 30년 전 군대에서였다. 최전방에서 근무하던 때라 봄이 오면 산으로 훈련이나 작업을 나가는 일이 있었다. 부대 가까운 야산에는 봄철마다 두릅나무가 모여 자라는 곳이 있었고, 선임들을 따라다니며 새순을 따는 모습을 처음 봤다. 그때의 나는 두릅이라는 이름은 알았어도, 어느 부분을 살펴야 하는지와 어떻게 손을 대야 하는지는 전혀 몰랐다. 두릅나무에는 가시가 많았다. 선임들은 가시를 피하면서 새순을 꺾었지만, 처음 따라 해 보는 내 손에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어디를 잡아야 하는지 몰라 손을 여러 번 긁혔다. 그 뒤로는 무작정 손부터 내밀기보다, 먼저 줄기와 가시가 있는 자리를 살피게 됐다. 봄 산에서 새순 하나를 따는 일도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 2026. 8. 5. 흰 꽃에서 노란 꽃으로, 두 번 만난 인동덩굴 인동초와 금은화라는 이름은 예전부터 여러 번 들었다. 하지만 이름을 들었다는 것과 실제 식물을 알아본다는 일은 전혀 달랐다. 담벼락이나 둑방을 따라 덩굴이 오르고, 길게 핀 꽃을 보면서도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지나간 날이 많았다. 그러다 5월 중순 약초원 현장 견학에서 꽃이 핀 인동덩굴을 직접 보게 됐다. 흰 꽃이 달린 줄기 앞에서 설명을 듣자,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그날부터 산책길의 하얀 덩굴꽃을 그냥 배경처럼 보지 않게 됐다. 이름을 몰랐던 식물을 다시 보는 일은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 낯선 이름이 익숙한 풍경과 연결되는 순간이었다.박하를 보기 전, 흰 꽃 앞에서5월 중순, 약초를 공부하는 사람들과 함께 약초원을 찾았던 날이었다. 박하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기 전에 먼저 .. 2026. 8. 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