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차전자라는 이름으로 다시 만난 길가의 질경이

by jamkkum 2026. 8. 23.

무성하게 자란 질경이
무성하게 자란 질경이

약초를 공부하면서 새롭게 느끼는 일 가운데 하나는, 이름 하나가 식물의 인상을 크게 바꾼다는 점이다. 차전자라고 하면 낯설고 특별한 재료처럼 들리는데, 질경이라고 하면 길가에서 흔히 보는 풀부터 떠오른다. 같은 식물을 두고도 이름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재미있다. 어린 시절 내게 질경이는 약초가 아니라, 사람들이 밟고 다니는 길 한복판이나 아스팔트 틈에서도 꿋꿋이 자라는 신기한 풀이었다.

 

질경이는 민들레처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풀이라고 생각했다. 밟혀도 다시 잎을 펴고, 흙이 많지 않은 자리에서도 자라는 모습이 유난히 끈질겨 보였다. 어릴 때는 그런 질경이의 줄기를 뽑아 친구들과 줄기 끊기 놀이를 하곤 했다. 이번에 차전자피라는 이름을 다시 배우며, 그 질긴 줄기와 병원에서 처방받았던 작은 환이 같은 식물의 이야기와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줄기 끊기 놀이를 하던 길가

어린 시절 질경이는 특별히 찾아야 만나는 풀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밟고 다니는 길가와 운동장 가장자리, 아스팔트가 갈라진 틈에서도 질경이는 잎을 펴고 있었다. 다른 풀이 잘 자라지 못할 것 같은 자리에서도 살아 있는 모습을 보면, 어린 내게는 참 질긴 풀처럼 느껴졌다. 누가 심은 것도 아닌데 늘 같은 자리에서 다시 보이는 것이 신기했다.

 

친구들과는 질경이 줄기를 뽑아 서로 잡아당기며 누가 먼저 끊어지는지 겨루곤 했다. 조금 더 굵고 질긴 줄기를 고르려고 살피고, 양쪽에서 힘을 주며 웃던 기억이 난다. 줄기가 버티다가 갑자기 끊어지면 그 짧은 놀이도 끝났다. 당시에는 그저 길가의 풀로 하는 장난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질경이의 질긴 성질을 손으로 느껴 보던 놀이였던 셈이다.

 

비가 온 뒤에는 질경이 잎이 더 넓고 짙게 보였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가에서는 잎이 땅에 바짝 붙어 있는 듯했다. 나는 그런 모습을 식물이 밟혀서 낮아진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식물마다 자라는 자리에 따라 잎의 모양과 높이가 달라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질경이는 내게 늘 발밑에 있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본 적은 많지 않았던 풀이다.

 

그때의 나는 질경이가 어떤 이름으로 기록되는지, 씨앗이 따로 쓰이는지 전혀 몰랐다. 발에 밟혀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풀, 줄기 끊기 놀이를 할 수 있는 풀 정도로만 알았다. 너무 흔해서 오히려 자세히 볼 이유가 없었던 식물이다. 지금은 길가의 질경이를 보더라도 예전처럼 뽑거나 줄기를 끊어 보지는 않는다. 내게 그 놀이는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만 남겨 두고 싶다.

처방전에서 만난 차전자피

차전자라는 이름은 몇 년 전 치질 증상으로 전문의를 찾아 진료받았을 때 처음 가까이 들었다. 처방받은 약 가운데 차전자피로 된 작은 환이 있었고, 약사님은 식후에 충분한 물과 함께 복용하라고 당부하셨다. 당시에는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이라는 생각만 했지, 그 이름이 길가에서 보던 질경이와 이어진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작은 환은 손바닥에 올려놓으면 별것 아닌 듯 보였지만, 물을 흡수해 대변의 양과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을 들으니 신기하게 느껴졌다. 나는 처방받은 대로 복용했고, 그 성분이 주변에서 흔히 보던 식물의 씨앗 껍질과 관련 있다는 사실은 이번 약초 공부를 하며 뒤늦게 알게 됐다. 차전자피는 건강기능식품 원료로도 안전성과 기능성이 따로 평가되는 성분이라는 점을 자료에서 확인했다.

 

약사님이 물을 충분히 마시라고 했던 말도 기억난다. 당시에는 정해진 설명으로만 들었는데, 지금은 차전자피가 물을 흡수하는 성질과 관계가 있다는 점을 조금 이해하게 됐다. 다만 이 경험은 진료를 받고 처방에 따라 복용했던 개인적인 기억이다. 변비나 치질 같은 증상은 원인이 다양하므로, 예전의 처방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적용하거나 스스로 해결할 방법으로 말하고 싶지는 않다.

 

처방받은 약을 복용하던 때에는 차전자피라는 이름을 굳이 기억하려 하지 않았다. 증상이 생기면 병원에 가고, 처방받은 약을 정해진 대로 먹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약초 강의에서 차전자와 질경이의 이름을 함께 듣고 나니, 예전에 약봉지에서 보던 글자가 길가의 풀과 이어졌다. 너무 흔한 식물이 병원에서 만난 낯선 이름으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이름이 바꾼 길가의 풍경

차전자피라는 이름을 알고 나니, 질경이가 전보다 조금 낯설게 보인다. 한쪽에는 길가에서 밟혀도 다시 자라던 넓은 잎의 풀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병원 약봉지 속 작은 환이 있다. 전에는 전혀 연결되지 않았던 두 장면이 같은 식물의 이름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어릴 때는 질경이를 그저 발에 잘 밟혀도 죽지 않는 풀이라고만 생각했다. 지금은 그 식물이 가진 이름과 기록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안다. 그렇다고 흔한 풀을 약처럼 여기거나, 미리 채취해 생활 속에서 이용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약초 공부가 내게 남긴 변화는 활용 방법을 먼저 찾게 된 데 있지 않다. 아무 이름 없이 지나치던 식물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보게 된 데 있다.

 

질경이는 내게 아스팔트 틈의 초록빛, 친구들과 줄기를 잡아당기던 손, 그리고 차전자피라는 낯선 이름을 함께 떠올리게 하는 식물이다. 길가의 흔한 풀 하나가 어린 시절의 놀이와 병원에서의 경험을 연결한다는 사실이, 이번 공부에서 새롭게 남은 기억이다. 앞으로 길가에서 질경이를 만나도 예전처럼 줄기를 뽑아 보지는 않겠지만, 그 풀을 지나치며 어린 시절의 친구들과 약봉지 속 이름을 함께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