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식물7 5월 약초원 밭골에서 처음 본 강활 강활은 약초 공부를 하면서 처음 이름을 알게 된 식물이다. 약초원에서 실제 표본 식물을 보기 전까지는 이름도 모습도 낯설었다. 5월 중순, 수강생들과 약초원을 찾았을 때 강활은 밭골을 만들어 심어 둔 자리에서 자라고 있었다. 멀리서 볼 때는 잎이 당귀와 비슷해 보이기도 했다. 처음 보는 식물 앞에서 이름을 듣고, 잎을 다시 바라보던 그날의 장면이 강활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남는다. 그날 강활을 본 일은 약초원을 방문하면 낯선 이름이 실제 식물의 모습과 연결된다는 것을 보여준 경험이기도 했다. 화면이나 책에서만 듣던 말이 밭골의 잎과 줄기로 눈앞에 나타나니, 강활이라는 이름도 전보다 덜 멀게 느껴졌다. 나는 식물 이름을 들으면 바로 특징을 외우는 편은 아니지만, 그 식물이 있던 자리와 처음 들었던 설명은.. 2026. 8. 12. 비빔밥의 고사리에서 넉줄고사리라는 이름까지 고사리는 내가 알고 있던 식물 가운데 조금 특별한 쪽에 속한다. 학교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식물이라고 배웠다. 고생대의 양치식물 화석이 남아 있다는 설명을 들을 때면, 지금 산에서 보는 고사리와 아주 먼 시간의 풍경이 한꺼번에 떠오르곤 했다. 잎이 좌우로 펼쳐지고, 줄기 마디에서도 비슷한 모양이 이어지는 모습도 다른 풀과는 달라 보였다. 하지만 살아 있는 고사리와 식탁 위의 고사리는 내게 전혀 다른 모습으로 기억된다. 산에서 본 고사리는 잎이 넓게 펼쳐진 초록 식물인데, 비빔밥이나 육개장에 들어가는 고사리는 길고 가는 갈색 나물이다. 제사상에도 빠지지 않고 올라가는 나물이라 더 익숙했다. 같은 이름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처음에는 둘이 바로 연결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며 봄의 새순과 식탁의 .. 2026. 8. 9. 시골에서 자랐지만 약초원에서 처음 만난 고삼 약초 강의를 듣는 수강생들과 함께 서울대 약초원을 방문했을 때 고삼이라는 식물을 처음 제대로 봤다. 교수님은 고삼이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시골에서 자랐는데도 고삼을 본 기억이 없어서 조금 의아했다. 이름을 몰라서 그냥 지나쳤던 것인지, 내가 살던 곳에는 눈에 잘 띄지 않았던 것인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시골에서 지낸 시간이 길다고 해서 주변 식물을 모두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논밭 가장자리와 낮은 산, 집 근처 길가에는 늘 풀이 많았다. 그런데 나는 꽃이 유난히 눈에 띄는 식물이나 열매가 달리는 나무 정도만 이름을 기억했던 것 같다. 나머지는 그저 풀이라고 부르며 지나갔다. 약초원에서 고삼이라는 이름을 듣고 나니, 예전 시골 풍경 속에도 내가 몰랐던 식물이 많았겠다.. 2026. 8. 7. 약초원에서 만난 바디나물과 어머니의 베틀 바디나물이라는 이름은 약초 공부를 하면서 처음 알게 됐다. 약초원을 방문했을 때 약초학 교수님이 눈앞의 식물을 가리키며 바디나물이라고 알려주셨다. 그전까지는 이름을 들어본 기억도 없었다. 가까이에서 본 바디나물은 처음에는 들이나 산야에서 흔히 보는 풀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이름을 듣기 전까지는 주변 식물 사이에서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한참 바라보고 나니 잎이 크고 여러 갈래로 나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식물의 이름을 들을 때마다 바로 외우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 그날은 이름이 독특해서인지, 교수님이 알려준 뒤에도 바디나물이라는 말이 오래 남았다. 이름을 알고 나서 다시 보면 전에는 그냥 지나쳤을 잎과 줄기에도 시선이 머문다. 바디나물은 내게 이름을 들은 순간과 잎의 윤곽이 함께 기억된.. 2026. 8. 6. 군대에서 처음 맛본 두릅과 땅두릅이라는 이름 내가 두릅을 처음 먹어본 것은 30년 전 군대에서였다. 최전방 산속 부대에서 근무하던 때라, 봄이 오면 훈련이나 작업을 위해 산으로 나가는 일이 많았다. 부대 가까운 야산에는 봄철마다 두릅나무가 모여 자라는 곳이 있었고, 나는 선임들을 따라다니며 새순을 찾는 모습을 처음 봤다. 그때의 나는 두릅이라는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어느 부분을 살펴야 하는지와 어떻게 손을 대야 하는지는 전혀 몰랐다. 두릅나무에는 가시가 많았다. 선임들은 가시를 피하면서 새순을 꺾었지만, 처음 따라 해 보는 내 손에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어디를 잡아야 할지 몰라 손을 여러 번 긁히기도 했다. 그 뒤로는 무작정 손부터 내밀기보다, 먼저 줄기와 가시가 있는 자리를 살피게 됐다. 봄 산에서 새순 하나를 만나는 일도 익숙하지 않은 사.. 2026. 8. 5. 산책길의 환삼덩굴을 그냥 지나치지 않게 된 이유 환삼덩굴이라는 이름이 내 기억에 남게 된 것은 몇 년 전 친구를 만났던 날부터다. 오랜만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생활과 건강에 관한 이야기로 흘렀다. 친구는 시골집에 갔을 때 환삼덩굴을 직접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름부터 낯설었는데, 친구가 꽤 진지하게 그 식물 이야기를 이어가니 나도 귀를 기울이게 됐다. 그때까지 내게 환삼덩굴은 이름조차 익숙하지 않은 식물이었다. 산책길이나 하천 근처에서 덩굴이 무성하게 자란 모습을 본 적은 분명 있었을 텐데, 그것이 어떤 식물인지 따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길가의 풀은 대개 비슷하게 보였고, 덩굴식물은 울타리나 다른 풀을 감고 자라면 그냥 잡초가 많이 자랐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친구와 나눈 대화 뒤에는, 평소 가까이 있던 식물인데도 이름.. 2026. 8. 3.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