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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기록10

5월 약초원 표지판 아래에서 처음 본 구릿대 구릿대는 5월 중순 약초원 견학에서 처음 이름과 모습을 함께 알게 된 식물이다. 백지라는 약재 이름을 먼저 들었지만, 그 이름이 구릿대라는 식물과 이어진다는 사실은 약초원에 가서야 알았다. 당시 구릿대는 아직 어린잎이라 식물의 전체 특징이 뚜렷하게 드러난 모습은 아니었다. 표지판 아래의 작은 식물을 내려다보며, 이렇게 여린 잎이 시간이 지나면 사람 키에 가까울 만큼 자랄 수 있다는 교수님의 설명을 들었다. 눈앞의 모습만으로는 쉽게 상상되지 않아 더 신기했다. 사진을 다시 보면 잎은 줄기에서 두 갈래처럼 나뉘고, 잎줄기에서도 다시 두 갈래로 뻗어 있었다. 그 복잡한 잎의 방향과 표지판의 이름이, 5월 약초원에서 본 구릿대를 기억하게 한다. 약초원에서 처음 보는 식물은 이름을 듣는 순간보다, 돌아온 뒤 사진.. 2026. 8. 22.
고참들이 따 주던 두릅 새순과 봄 산의 기억 두릅나무는 생각보다 도로 가까이에서 자주 보던 나무였다. 봄에 차를 타고 길을 달리다 보면, 하얀빛이 도는 줄기 끝에서 녹색 새순이 올라오는 나무가 눈에 들어오곤 했다. 그때는 이름을 알지 못해 그냥 봄에 나는 순이 있는 나무라고만 생각했다. 두릅을 처음 제대로 먹은 것은 군 복무 때였다. 고참들이 가시를 피해 하나씩 따 준 새순을 데쳐 먹으며, 도로변에서 보던 나무와 식탁의 봄나물이 같은 이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 두릅나무라는 말을 들으면 이제는 새순보다 먼저 산길에서 가시를 피해 손을 움직이던 고참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향긋하면서도 쌉쌀했던 새순의 맛, 산속에서 잠시 쉬던 시간, 봄에 도로변에서 보이던 초록빛 순이 한 나무의 기억으로 이어진다.도로변에서 보던 하얀 줄기와 초.. 2026. 8. 18.
약초원에서 하얀 실로 기억하게 된 두충나무 두충나무라는 이름을 처음 분명하게 알게 된 것은 약초원 견학에서였다. 산이나 들을 다니다가 이미 보았을지도 모르지만, 그 나무가 두충나무라는 사실을 알고 본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멀리서 나무껍질만 보면 다른 나무와 크게 구별되지 않았다. 그런데 교수님이 잎과 껍질을 끊어 보라고 하셨고, 끊어진 자리에서 하얀 실이 길게 이어지는 모습을 직접 확인했다. 그 장면 하나 때문에 두충나무는 많은 약초원 식물 가운데서도 유난히 또렷하게 기억에 남았다. 약초원에서 처음 본 나무는 한 번의 관찰만으로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두충나무도 잎을 끊었을 때 나타난 하얀 실 때문에 다른 나무와 다르게 남았다. 나무껍질의 색이나 잎의 모양보다도, 끊어진 자리에서 이어지던 가는 실이 두충나무라는 이름과 함께 기억된다.잎을 끊자.. 2026. 8. 17.
송편 찜통에 깔던 솔잎과 명절 전날의 산길 솔잎은 어린 시절의 명절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하는 초록빛 기억이다. 시골집 주변 산에는 언제나 소나무가 있었고, 솔잎은 늘 눈에 익은 나무의 일부였다. 평소에는 떫고 씁쓸해서 맛있다고 느끼지 못했지만, 명절 전날이 되면 송편을 찌기 위해 꼭 필요한 재료가 됐다. 산에서 솔잎을 따 오고, 찜통에 송편과 함께 켜켜이 놓던 일은 자연스럽게 내 몫이었다. 솔잎 향은 집 안과 송편에 남아, 지금도 명절을 생각하면 함께 따라온다. 솔잎은 평소에는 산에 널려 있는 잎처럼 보였지만, 명절을 앞두면 가장 먼저 챙겨야 하는 재료가 됐다. 그래서 내 기억 속 솔잎은 소나무의 일부이면서도, 송편을 기다리게 하는 명절의 신호처럼 남아 있다.명절 전날 산에서 따 오던 솔잎명절이 다가오면 집안에서는 송편을 빚을 준비를 했다. 반.. 2026. 8. 15.
집 앞밭의 꽃에서 오늘 아침 도라지무침까지 도라지는 내 삶에서 가장 오래 함께해 온 나물이다. 어린 시절 시골집 아침 식탁에는 도라지무침이 자주 올라왔고, 오늘 아침에도 밥과 함께 도라지무침을 먹었다. 같은 반찬을 오랜 시간 먹어 왔지만, 도라지는 매번 다른 장면을 데려온다. 집 앞밭에서 본 보라색 꽃과 통통한 봉오리, 군 복무 때 산에서 만난 도라지, 그리고 지금의 식탁이 한 이름 아래 이어진다. 내게 도라지는 낯선 식물이 아니라, 계절과 장소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남아 있는 식물이다. 도라지라는 말을 들으면 약초보다 먼저 나물과 꽃이 떠오른다. 오늘 아침 먹은 도라지무침도 어린 시절의 식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맛으로 느껴졌다.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도 반찬 하나가 과거의 밭과 연결되는 일이 내게는 자연스럽다.집 앞밭에서 터지던 도라지 봉오리어린.. 2026. 8. 14.
이웃집 살구나무 아래에서 보낸 여름 살구는 어린 시절의 여름을 떠올리게 하는 대표적인 과일이다. 동네 이웃집마다 살구나무가 몇 그루씩 있었고, 열매가 익는 철이 되면 나무 아래는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모이는 곳이 됐다. 덜 익은 살구는 입안을 찌르듯 시었고, 햇볕을 충분히 받은 살구는 과즙이 달고 많았다. 지금도 살구가 시장에 나오면 일부러 사 먹는다. 한입 베어 물 때마다 이웃집 나무와 친구들, 여름 햇빛 아래서 살구를 따 먹던 시간이 함께 떠오른다. 살구는 내게 약초보다 먼저 과일이고, 식물 이름보다 먼저 여름날의 맛이다. 과육을 다 먹고 남은 씨앗을 돌로 깨 보던 호기심까지 포함해, 살구에는 어린 시절의 무심한 시간이 담겨 있다. 노란빛 열매 하나가 동네 풍경과 친구의 집, 손에 묻던 과즙을 함께 불러낸다.이웃집 살구나무가 놀이터이던 .. 2026.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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