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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약초원 표지판 아래에서 처음 본 구릿대

by jamkkum 2026. 8. 22.

약초원 표본장의 구릿대
약초원 표본장의 구릿대

약초원에는 이름만 들어서는 모습을 짐작하기 어려운 식물이 많다. 백지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강의에서 백지는 구릿대의 뿌리와 이어지는 이름이라고 들었고, 약초원에서 실제 구릿대를 처음 보았다. 아직 봄이어서인지 눈앞의 식물은 여리고 크지 않았다. 그런데 교수님은 다 자라면 사람 키에 가까울 만큼 크게 자랄 수 있다고 설명하셨다. 작은 잎과 줄기를 보고 있던 내게는 그 모습이 쉽게 상상되지 않아 더 신기했다.

 

구릿대는 미나리과 식물이고 산이나 계곡 가장자리, 물기가 있는 곳에서 자라는 식물로 소개된다. 앞으로 계곡이나 하천 근처를 지날 때면 비슷한 식물이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내가 한 번 본 봄철의 어린 구릿대만으로 길가의 식물을 구분할 수는 없다. 약초원에서 들은 이름과 실제 식물을 연결한 기억으로 남겨 두는 편이 맞겠다.

작은 식물에서 떠올린 큰 모습

약초원에서 본 구릿대는 아직 크게 자라지 않은 상태였다. 잎은 부드럽고 줄기도 여려 보여, 앞으로 얼마나 높이 자랄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교수님은 구릿대가 자라면 1미터가 넘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눈앞의 작은 식물과 설명 속 큰 식물을 한 번에 연결하기 어려워서, 나는 한동안 잎과 줄기를 다시 바라봤다.

 

약초원에서 처음 보는 식물은 꽃이나 열매가 없을 때 더 낯설게 느껴진다. 구릿대도 내게는 꽃보다 봄의 잎으로 먼저 남았다. 이름을 듣고, 작은 식물을 보고, 나중에 다른 계절의 모습을 상상하는 순서가 되었다. 실제로 산이나 하천가에서 자라는 구릿대를 본 적은 없어서, 약초원에서 만난 한 포기의 모습이 지금 내가 가진 가장 분명한 기억이다.

 

자료를 찾아보면 구릿대는 여러해살이풀로 산지나 냇가 주변에서 자라며, 자라면 1미터 이상 높아질 수 있다고 소개된다. 강의에서 들었던 설명과 약초원에서 본 작은 식물이 이어졌다. 다만 미나리과에는 서로 닮아 보이는 식물이 많을 수 있으므로, 멀리서 본 잎이나 자라는 자리만으로 이름을 단정하지 않으려 한다. 

 

백지라는 이름은 구릿대를 보기 전에는 포장이나 약재 이름처럼만 느껴졌다. 그런데 실제 식물을 보니, 한자 이름 하나가 잎과 줄기를 가진 식물로 바뀌었다. 약초 공부를 하며 느끼는 재미는 바로 이런 데 있다. 글자로만 있던 이름이 약초원의 흙과 봄빛 속에서 실제 식물로 이어지는 순간이 있다.

강의에서 들은 오래된 이야기

교수님은 산행을 함께 다니는 심마니의 이야기도 들려주셨다. 야외 산행을 자주 다니던 심마니의 아내가 햇볕을 많이 쬐어 피부가 그을리고 기미가 생겼을 때, 심마니가 구릿대뿌리를 이용한 방법을 권했다는 이야기였다. 중국의 미녀 서시와 백지에 얽힌 옛이야기도 함께 들었다. 오래전부터 백지가 미용과 연결되어 이야기되어 왔다는 설명은 흥미로웠다.

 

하지만 강의에서 들은 경험담과 옛이야기를 내 피부에 적용할 수 있는 근거로 받아들이지는 않으려 한다. 사람마다 피부 상태와 자극에 대한 반응이 다르고, 산에서 채취한 식물을 얼굴에 사용하는 일도 안전성을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내게 그 이야기는 백지라는 이름이 식물의 모습뿐 아니라 오래된 생활 이야기와도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한 강의의 한 장면으로 남아 있다.

 

수천 년 전의 미용 이야기가 지금까지 전해진다는 사실은 신기하지만, 오래 전해진 방법이라고 해서 누구에게나 맞거나 같은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는 강의 속 극적인 변화보다, 약초원에서 봄의 어린 구릿대를 처음 보았던 순간이 더 또렷하게 기억난다. 실제 식물을 본 경험이 이야기보다 먼저 내 기억에 남았다.

추출물과 마스크 팩의 일주일

약초원에서 돌아온 뒤 나는 백지 추출물이 들어간 제품과 시판 마스크 팩을 구매해 일주일 정도 사용해 본 적이 있다. 퇴근 후 밤에 마스크 팩을 붙이고 쉬는 시간이 생겼고, 그 기간에는 백지라는 이름을 전보다 자주 떠올리게 됐다. 약초원에서 보았던 작은 식물과 욕실 거울 앞의 마스크 팩이 같은 이름으로 이어진 점도 낯설고 재미있었다.

 

하지만 일주일 동안 사용해도 피부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느낌은 없었다. 야외 활동이 많지 않아 피부가 심하게 그을린 상태가 아니었던 점, 제품의 성분과 사용 환경이 강의에서 들은 이야기와 달랐던 점 등 여러 이유를 생각해 볼 수는 있다. 그러나 이유를 단정할 수는 없다. 적어도 내게는 짧은 기간의 사용만으로 뚜렷한 변화를 말할 수 없었다.

 

이 경험 뒤에는 직접 가루를 내거나 꿀에 개는 방식으로 다시 시도해 볼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화장품이나 추출물은 제품의 사용법과 성분 표시를 따르고, 피부에 이상이 생기면 사용을 멈추는 편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내게 남은 것은 피부 변화에 대한 결론보다, 백지라는 약재 이름이 약초원 속 구릿대와 일주일의 저녁 시간을 함께 떠올리게 한다는 기억이다.

 

구릿대는 내게 피부를 위한 특별한 방법보다, 작고 여린 봄 식물이 나중에는 크게 자랄 수 있다는 설명으로 먼저 기억되는 식물이다. 백지라는 이름을 들으면 이제는 약초원에서 본 잎과 줄기, 교수님의 이야기, 퇴근 뒤 마스크 팩을 붙이고 있던 시간이 차례로 떠오른다. 식물 공부는 익숙한 제품의 이름 뒤에 실제 식물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눈앞에서 본 작은 잎 하나가 나중에는 계곡 가장자리의 큰 식물과, 백지라는 낯선 이름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내게는 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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