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릅나무는 생각보다 도로 가까이에서 자주 보던 나무였다. 봄에 차를 타고 길을 달리다 보면, 하얀빛이 도는 줄기 끝에서 녹색 새순이 올라오는 나무가 눈에 들어오곤 했다. 그때는 이름을 알지 못해 그냥 봄에 나는 순이 있는 나무라고만 생각했다. 두릅을 처음 제대로 먹은 것은 군 복무 때였다. 고참들이 가시를 피해 하나씩 따 준 새순을 데쳐 먹으며, 도로변에서 보던 나무와 식탁의 봄나물이 같은 이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
두릅나무라는 말을 들으면 이제는 새순보다 먼저 산길에서 가시를 피해 손을 움직이던 고참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향긋하면서도 쌉쌀했던 새순의 맛, 산속에서 잠시 쉬던 시간, 봄에 도로변에서 보이던 초록빛 순이 한 나무의 기억으로 이어진다.
도로변에서 보던 하얀 줄기와 초록 새순
봄에 차를 타고 도로를 달리다 보면 길가의 나무들이 겨울과 다른 모습으로 바뀌는 것이 보인다. 그중에는 줄기가 희게 보이고 가지 끝에 녹색 새순이 올라오는 나무도 있었다. 나는 오랫동안 그 나무가 두릅나무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봄에 피는 꽃이나 단풍처럼 뚜렷한 특징이 아니라, 잠깐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새순 정도로만 기억했기 때문이다.
두릅나무라는 이름을 알고 난 뒤에는 도로변에서 보던 나무의 모습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떠오른다. 초록색 순이 줄기 끝에 모여 있는 모습, 가시가 있는 줄기를 조심해야 한다는 기억이 함께 생각난다. 물론 차를 타고 멀리서 본 나무를 모두 두릅나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비슷한 나무도 있을 수 있고, 계절에 따라 모습도 달라질 수 있다. 다만 내가 보던 봄의 풍경 가운데 두릅나무가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두릅나무는 산에 흔하게 자라는 떨기나무로 소개되며, 줄기에 굳센 가시가 많다는 설명이 있다. 꽃은 여름에 피고 열매는 가을에 검게 익는다고 한다. 내가 두릅나무를 떠올릴 때는 봄의 새순이 먼저 생각나지만, 자료를 읽으면 그 나무가 봄 이후에도 꽃과 열매를 거쳐 한 해를 보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도로변에서 보는 나무는 대개 빠르게 지나간다. 그래서 잎의 모양이나 줄기의 가시를 가까이에서 확인할 기회가 많지 않다. 두릅나무라는 이름을 알고 나서는, 봄에 새순이 올라오는 나무를 보더라도 단순히 먹을 수 있는 나물로만 생각하지 않게 됐다. 꽃이 피는 여름과 검은 열매가 달리는 가을에도 같은 나무가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 보게 된다.
두릅나무는 내게 봄의 한순간으로 먼저 기억되지만, 실제로는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지닌 나무다. 새순이 올라오는 때만 보고 지나치기보다, 잎이 자란 뒤의 모습과 가지 끝에 꽃이 모이는 시기까지 떠올리게 된다. 이름 하나를 알고 나서 도로변의 나무가 조금 더 오래 보이기 시작한 경우다.
봄의 도로변은 새순이 올라오는 나무가 많아 비슷하게 보일 때가 있다. 나는 두릅나무를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 차를 세우거나 가까이 다가가지는 않았다. 그저 멀리서 보던 하얀 줄기와 초록빛 순이, 군대에서 먹었던 두릅의 기억과 이어진다는 정도로 남겨 두고 싶다. 실제 식물의 이름은 안내판이나 믿을 만한 자료를 통해 확인하는 편이 낫겠다.
자료에 따르면 두릅나무는 여름에 녹색을 띤 흰 꽃을 피우고 가을에는 검은 열매를 맺는다. 봄의 새순만 알고 있던 내게는 조금 낯선 모습이다. 도로변의 나무도 꽃과 열매가 달리는 계절에는 전혀 다른 인상으로 보일 수 있다. 두릅나무를 봄나물의 나무로만 기억하지 않게 된 이유다.
고참들이 따 주던 봄의 새순
내가 두릅 새순을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한 것은 군대에서였다. 어린 시절에는 두릅 새순을 먹어 본 기억이 없다. 최전방 근무 중 봄에 산으로 훈련이나 작업을 나가면, 고참들이 두릅나무를 찾아 새순을 따곤 했다. 그때 나는 두릅이 어디에서 어떻게 자라는지 잘 몰랐고, 고참들을 따라다니며 가시가 많은 나무에서 순을 따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고참들은 손에 가시가 찔리는 것을 크게 개의치 않고 새순을 하나씩 따서 신참들에게 건네주었다. 처음에는 줄기의 어느 부분을 잡아야 하는지, 순이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가시가 있다는 말을 듣고도 가까이 가면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망설여졌다. 그 모습은 지금도 두릅을 떠올리면 함께 생각난다. 봄나물 한 접시 뒤에, 가시를 피하며 손을 움직이던 사람이 있었다.
그렇게 가져온 두릅 새순은 살짝 데쳐 먹었다. 입안에는 향긋하면서도 약간 쌉쌀한 맛이 남았다. 처음 맛본 순간의 향은 지금도 비교적 선명하다. 고된 군 생활 가운데서 먹었던 봄의 나물이라 더 오래 기억났을지도 모른다. 평소의 식사와 달리 산에서 본 새순을 바로 먹는 일은 작은 별식처럼 느껴졌다.
군대에서의 두릅은 단순히 나물 맛으로만 남지 않았다. 훈련과 작업을 마친 뒤 잠시 쉬는 시간, 산길의 공기와 흙 묻은 손, 고추장과 데친 새순의 향이 한데 섞인 기억이다. 그때는 두릅이 어떤 식물인지 자세히 배우려는 생각보다, 고참들이 건네준 새순을 함께 먹는 일이 더 중요했다.
고참들이 새순을 따는 모습을 보며, 두릅나무가 가시가 많은 나무라는 사실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손에 찔리지 않으려 조심하면서도, 고참들은 순이 난 자리와 줄기의 상태를 금방 알아보는 듯했다. 나는 그 옆에서 따라다니며 봤을 뿐, 혼자서 두릅나무를 찾아 정확히 새순을 따는 법까지 배운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그때처럼 산에서 보이는 새순을 바로 채취하거나 먹지는 않으려 한다. 식물은 정확한 이름을 확인해야 하고, 채취가 가능한 장소인지도 먼저 살펴야 한다. 내가 기억하는 군대의 두릅은 당시의 한 장면으로 남겨 두고 싶다. 그 경험은 봄나물을 처음 맛본 기억이면서, 산에서 자라는 나무를 조금 다르게 보게 된 시작이었다.
군대에서 먹던 두릅은 집에서 먹는 반찬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산에서 돌아온 뒤 잠깐의 시간이었고, 누군가가 따 준 새순을 함께 나눠 먹는 일이었다. 그래서 향이나 맛뿐 아니라 함께 있던 사람들의 모습까지 기억에 남는다. 두릅 새순은 내게 봄철의 나물이면서, 군 생활 속에서 잠시 느낀 작은 즐거움이기도 했다.
시장 두릅에서 다시 떠오르는 산길
제대 후에는 봄이 되면 시장이나 마트에서 두릅 새순을 사 먹게 됐다. 같은 두릅이라도 향이 진한 것이 있고, 생각보다 향이 약한 것도 있었다. 어떤 것은 부드럽게 느껴졌지만, 순이 많이 자란 것은 거칠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처음에는 모두 비슷한 두릅이라고 생각했는데, 여러 번 사 먹다 보니 향과 질감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시장에서 두릅을 고를 때는 너무 많이 자라지 않은 여린 순인지, 줄기 끝의 상태가 어떤지 보게 됐다. 나는 재배 방식이나 품종을 알지는 못한다. 다만 먹어 본 경험을 통해 향이 진하고 부드러운 새순을 고르고 싶다는 기준이 생겼다. 군대에서 처음 맛본 두릅의 향이 기억에 남아 있어서인지, 시장에서 사 먹는 두릅도 그 향을 기준으로 비교하게 된다.
약초 공부를 하며 두릅나무의 껍질과 뿌리껍질에 관한 설명도 들었다. 그러나 내게 두릅나무는 먼저 봄 새순의 나무다. 나는 나무껍질이나 뿌리를 직접 사용해 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나무의 껍질이나 뿌리를 채취해 보려 하지 않는다. 한 나무가 새순뿐 아니라 줄기와 잎, 꽃, 열매를 가진다는 사실을 식물 관찰의 맥락에서 이해하는 정도로 남겨 두려 한다.
두릅나무는 봄에만 잠깐 주목받고, 새순이 자란 뒤에는 그냥 길가의 가시 많은 나무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여름에는 녹색을 띤 흰 꽃이 피고, 가을에는 검은 열매가 익는다고 한다. 봄의 새순만 알고 있던 내게는 그 뒤의 계절도 같은 나무의 시간이라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온다.
이제 도로변에서 새순이 올라오는 나무를 보면 군대의 산길과 시장의 두릅이 함께 떠오른다. 두릅나무를 정확히 구별할 수 있을 만큼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한때 고참들이 조심스레 따 주던 향긋한 새순의 나무라는 기억은 분명하다. 내게 두릅나무는 봄철 한 접시의 나물이면서, 가시와 향, 산길의 짧은 휴식이 함께 남아 있는 나무다.
봄마다 시장에서 두릅을 사 먹는 일은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습관은 아니지만, 군대에서 처음 맛본 향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일이다. 집에서 데친 두릅을 식탁에 올리면 산길의 흙 냄새나 군복 차림까지 그대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쌉쌀한 향을 맡는 순간만큼은, 고참들이 건네던 새순과 봄의 산이 잠깐 생각난다.
두릅나무는 내게 새순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무지만, 봄 한철에만 끝나는 식물은 아니다. 꽃과 열매가 달리는 계절까지 생각하게 된 뒤에는, 도로변에서 봄순만 보고 지나가던 나무도 조금 다르게 보인다. 두릅은 내게 먹는 나물이면서, 계절에 따라 다른 표정을 지닌 나무를 기억하게 만든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