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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식물7

시골 밭의 노란 꽃에서 다시 떠올린 결명자차 결명자는 어릴 때부터 이름을 많이 듣고, 밭에서도 어렴풋이 보았던 식물이다. 시골에서 자랄 때 가끔 결명자와 율무, 수수를 조금씩 심는 농가가 있었다. 우리 집은 따로 재배하지 않았지만, 동네 밭 한쪽에서 노란 꽃이 피고 자라는 모습을 본 기억은 남아 있다. 당시에는 그 식물이 결명자인지, 그냥 밭에 피는 노란 꽃인지 정확히 구분하지 못했다. 시간이 흐른 뒤 약초 공부를 하며 결명자의 이름과 꽃을 다시 연결하게 됐다. 이제 결명자차를 마실 때면 차의 색보다 먼저 고향 밭과 그곳의 노란 꽃이 떠오른다. 결명자는 평소에는 차 이름으로 더 익숙했지만, 내 기억 속에서는 밭의 작물로 먼저 남아 있다. 차를 끓이는 주방의 향과 흙이 보이던 고향 밭은 전혀 다른 장면처럼 보이지만, 결명자라는 이름 하나가 그 둘을 .. 2026. 8. 19.
집 앞밭의 꽃에서 오늘 아침 도라지무침까지 도라지는 내 삶에서 가장 오래 함께해 온 나물이다. 어린 시절 시골집 아침 식탁에는 도라지무침이 자주 올라왔고, 오늘 아침에도 밥과 함께 도라지무침을 먹었다. 같은 반찬을 오랜 시간 먹어 왔지만, 도라지는 매번 다른 장면을 데려온다. 집 앞밭에서 본 보라색 꽃과 통통한 봉오리, 군 복무 때 산에서 만난 도라지, 그리고 지금의 식탁이 한 이름 아래 이어진다. 내게 도라지는 낯선 식물이 아니라, 계절과 장소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남아 있는 식물이다. 도라지라는 말을 들으면 약초보다 먼저 나물과 꽃이 떠오른다. 오늘 아침 먹은 도라지무침도 어린 시절의 식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맛으로 느껴졌다.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도 반찬 하나가 과거의 밭과 연결되는 일이 내게는 자연스럽다.집 앞밭에서 터지던 도라지 봉오리어린.. 2026. 8. 14.
벚꽃이 진 뒤 제방에 남는 검은 버찌 버찌는 제방 둑의 벚나무를 볼 때마다 계절의 순서를 떠올리게 하는 열매다. 초봄에는 흰색과 연분홍의 벚꽃이 줄지어 피고, 꽃잎이 바람에 흩어진 뒤에는 초록 열매가 조용히 맺힌다. 열매는 붉은빛을 거쳐 짙은 검은색으로 변하고, 익은 버찌가 떨어질 무렵이면 제방 바닥에는 작은 구슬 같은 흔적이 남는다. 오랫동안 내게 버찌는 보기만 하는 열매였다. 그러다 문경 여행에서 친구의 말로 처음 맛을 보며, 늘 지나치던 열매를 다른 기억으로 만나게 됐다. 버찌라는 이름을 알고 나서도 처음에는 꽃이 진 벚나무를 굳이 올려다보지 않았다. 문경에서 맛을 본 뒤에야 제방의 나무도 꽃만 피는 것이 아니라, 초록 열매와 검은 열매를 차례로 남긴다는 사실을 더 자주 생각하게 됐다.벚꽃이 지나간 제방에 남는 검은 구슬우리 동네 제방.. 2026. 8. 14.
아파트 화단을 채운 맥문동의 보라색 꽃과 검은 열매 우리 아파트 화단에는 맥문동이 많이 심어져 있다. 그동안에는 길쭉한 잎이 모여 있는 흔한 조경용 화초라고만 생각했다. 약초 강의를 듣고 나서야 왜 화단에 이렇게 넓게 심어 두는지 조금 이해하게 됐다. 사계절 내내 잎이 남아 있고 포기가 촘촘해 다른 풀이 들어설 자리가 적어 보였기 때문이다. 이제 화단을 지날 때면 맥문동은 그냥 배경이 아니라,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 주는 식물로 보인다. 특히 비가 온 뒤 화단을 지날 때면 잎이 더 짙어 보인다. 큰 나무 아래처럼 다른 꽃이 눈에 잘 띄지 않는 자리에서도 맥문동은 포기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이 식물이 아파트 조경에서 오래 쓰이는 이유를 어렴풋이 생각하게 됐다.화단을 가득 채운 부추 닮은 잎우리 아파트 화단의 맥문동은 한두 포기만 .. 2026. 8. 13.
소꼴을 하던 들판에서 뒤늦게 떠올린 달맞이꽃 달맞이꽃이라는 이름은 오래전부터 들었지만, 실제로 어떤 꽃이 달맞이꽃인지 제대로 안 것은 약초 강의를 들은 뒤였다. 교수님이 영상에서 식물을 직접 보여주시자 고향의 논두렁과 작은 하천가가 떠올랐다. 키가 크고 노란 꽃을 피우던 식물을 여러 번 봤는데, 그때는 이름을 몰랐다. 이제야 그 꽃이 달맞이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익숙했던 풍경 하나에 이름이 붙으니, 예전 기억도 조금 다르게 이어진다. 이름을 알게 된 뒤에는 오래전 소꼴을 하러 다니던 들판도 전과 조금 다르게 떠오른다. 그때는 노란 꽃이 피어 있어도 소가 먹을 풀을 얼마나 많이 베어야 하는지가 더 중요했다. 이제는 그 풀밭의 식물도 저마다 다른 이름과 이야기를 지닌 채 자라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논두렁의 노란 꽃을 뒤늦게 떠올리다고향 .. 2026. 8. 11.
아파트 화단에서 계절마다 다시 보게 된 산수유나무 광고 문구 뒤에 남은 산수유라는 이름한때 “남자한테 참 좋은데”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나도 주변에서 그 말을 따라 한 적이 있고, 지금도 가끔 그 표현을 들을 때가 있다. 처음에는 그저 광고에서 나온 익숙한 문구로만 기억했다. 나중에 그 제품의 주원료가 산수유였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산수유라는 이름이 더 친숙하게 다가왔다. 광고에서 들은 이름은 오래 기억에 남지만, 실제 식물의 모습까지 바로 떠오르는 것은 아니었다. 산수유는 특별한 산이나 여행지에서만 만나는 나무가 아니라 우리 아파트 화단에도 심겨 있었다. 다른 아파트 단지를 지날 때도 노란 꽃이 보이면 산수유나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처음에는 봄에 피는 노란 꽃 때문에 산수유나무를 기억했다. 꽃이 한꺼번에 모여 피면 멀리서도.. 2026.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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