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45 단삼의 붉은빛을 보며 배운 조심스러운 거리 단삼도 약초 공부를 하면서 처음 이름을 제대로 알게 된 식물 가운데 하나다. 처음에는 한자 이름이 낯설어서 어떤 식물인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강의를 들으며 단삼이라는 이름과 붉은빛을 띠는 뿌리 이야기를 접하자, 식물마다 잎과 꽃뿐 아니라 뿌리의 색도 기억의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부동산 공부를 함께하던 분이 건강 문제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고 밤잠도 편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을 들으며 약초에 관한 내용을 누군가에게 쉽게 권하는 일이 얼마나 조심스러워야 하는지도 생각하게 됐다. 건강 문제는 개인마다 상태와 치료 과정이 다르므로, 약초 공부로 들은 내용을 치료 방법처럼 말할 수는 없다. 그 뒤로 단삼은 어떤 효능을 기대하는 재료보다, 식물의 이름을 배우며 건강 정.. 2026. 8. 24. 차전자라는 이름으로 다시 만난 길가의 질경이 약초를 공부하면서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 가운데 하나는, 같은 식물도 어떤 이름으로 부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차전자라고 하면 왠지 낯설고 특별한 재료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그것이 질경이의 씨를 가리키는 이름이라는 설명을 듣고 나니, 어릴 때부터 길가에서 보아 온 질경이가 다시 떠올랐다. 질경이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식물이다. 아스팔트가 갈라진 틈이나 사람들이 밟고 다니는 길가에서도 잎을 펼친 모습을 볼 때가 있다. 어린 시절에는 질경이 줄기를 뽑아 친구들과 줄기 끊기 놀이를 했다. 서로 더 질긴 줄기를 골라 잡아당기다 끊어지는 순간에 웃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저 흔한 풀로 보았던 질경이가 차전자라는 이름으로 다시 연결되자, 익숙한 길가의 풍경도 조금 다르게 보.. 2026. 8. 23. 5월 약초원 표지판 아래에서 처음 본 구릿대 구릿대는 5월 중순 약초원 견학에서 처음 이름과 모습을 함께 알게 된 식물이다. 백지라는 약재 이름을 먼저 들었지만, 그 이름이 구릿대라는 식물과 이어진다는 사실은 약초원에 가서야 알았다. 당시 구릿대는 아직 어린잎이라 식물의 전체 특징이 뚜렷하게 드러난 모습은 아니었다. 표지판 아래의 작은 식물을 내려다보며, 이렇게 여린 잎이 시간이 지나면 사람 키에 가까울 만큼 자랄 수 있다는 교수님의 설명을 들었다. 눈앞의 모습만으로는 쉽게 상상되지 않아 더 신기했다. 사진을 다시 보면 잎은 줄기에서 두 갈래처럼 나뉘고, 잎줄기에서도 다시 두 갈래로 뻗어 있었다. 그 복잡한 잎의 방향과 표지판의 이름이, 5월 약초원에서 본 구릿대를 기억하게 한다. 약초원에서 처음 보는 식물은 이름을 듣는 순간보다, 돌아온 뒤 사진.. 2026. 8. 22. 인터넷에서 주문한 우슬과 어머니의 밭둑 이야기 우슬이라는 이름은 약 10년 전 어머니께 무언가를 챙겨 드리려고 인터넷을 찾아보던 때 처음 또렷하게 알게 됐다. 당시 나는 우슬과 우슬로 만든 엿을 주문해 어머니께 드렸다. 정확히 어떤 식물인지, 어떻게 손질하고 보관하는지, 어머니께서 실제로 어떻게 쓰실지까지는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 인터넷에서 본 이름과 한약재상이라는 말만 믿고 급하게 주문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하면 재료만 덜렁 전해드린 셈이다. 그런데 약초 공부를 하며 우슬의 식물 모습을 다시 배우자, 어머니가 “그건 논두렁이나 밭두렁, 길가에 많이 있다”라고 하셨던 말이 떠올랐다. 내게는 주문해서 받은 낯선 재료였지만, 어머니에게는 젊은 날 밭일을 하며 이미 익혀 둔 익숙한 식물이었던 것이다. 이름 하나를 뒤늦게 배우며, 그때 어머니 말씀을.. 2026. 8. 21. 등굣길 찔레나무에서 먼저 꺾던 봄의 새순 약초 공부를 하며 가장 자주 떠올리는 것은, 시골에서 흔하게 보던 풀과 나무가 저마다 이름을 가진 식물이었다는 사실이다. 찔레나무도 그렇다. 어린 시절의 찔레나무는 약초원에서 배운 식물이 아니라 논둑과 밭둑, 하천 둑에 늘 있던 가시나무였다. 봄이면 그 가지에서 올라오는 여린 새순을 친구들과 꺾어 먹었고, 가을에는 붉은 열매를 보면서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시간이 흐른 뒤 찔레나무라는 이름을 다시 배우니, 고향의 등굣길과 친구들의 얼굴이 함께 떠오른다. 그때의 나는 찔레나무를 귀한 식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가시에 찔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나무, 조금만 자라면 순이 질겨지는 나무, 길가에 너무 흔해서 굳이 이름을 묻지 않는 나무에 가까웠다. 그런데 지금은 그 흔함 자체가 오래된 기억의 배경이었.. 2026. 8. 20. 시골 밭의 노란 꽃에서 다시 떠올린 결명자차 결명자는 어릴 때부터 이름을 많이 듣고, 밭에서도 어렴풋이 보았던 식물이다. 시골에서 자랄 때 가끔 결명자와 율무, 수수를 조금씩 심는 농가가 있었다. 우리 집은 따로 재배하지 않았지만, 동네 밭 한쪽에서 노란 꽃이 피고 자라는 모습을 본 기억은 남아 있다. 당시에는 그 식물이 결명자인지, 그냥 밭에 피는 노란 꽃인지 정확히 구분하지 못했다. 시간이 흐른 뒤 약초 공부를 하며 결명자의 이름과 꽃을 다시 연결하게 됐다. 이제 결명자차를 마실 때면 차의 색보다 먼저 고향 밭과 그곳의 노란 꽃이 떠오른다. 결명자는 평소에는 차 이름으로 더 익숙했지만, 내 기억 속에서는 밭의 작물로 먼저 남아 있다. 차를 끓이는 주방의 향과 흙이 보이던 고향 밭은 전혀 다른 장면처럼 보이지만, 결명자라는 이름 하나가 그 둘을 .. 2026. 8. 19. 이전 1 2 3 4 5 6 7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