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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추억4

텃밭에서 캐낸 긴 우엉 뿌리와 소풍 전날의 김밥 어머니께서 우엉을 캐실 때면 나는 곁에서 뿌리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구경하곤 했다. 줄기 가까이의 흙을 조금씩 파내면 굵은 우엉 뿌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조금 더 파면 끝이 보일 것 같다가도 다시 흙 아래로 이어졌다. 어린 내 눈에는 땅속에 우엉이 끝없이 묻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우엉을 서둘러 잡아당기면 중간에서 부러질 수 있었다. 실제로 뿌리가 끊어지는 날도 있었고, 그때마다 어머니는 아쉬워하셨다. 그러고는 남은 부분을 찾으려고 다시 흙을 파셨다. 나는 그때 왜 우엉 하나를 캐는 데 그렇게 오래 걸리는지 잘 몰랐다. 지금 생각하면 밥상에 올라오는 우엉조림 한 접시에도 텃밭에서 흙을 파던 시간이 먼저 들어 있었던 것이다.우엉을 캐던 날의 텃밭집 앞 텃밭에는 우엉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도라지와 가.. 2026. 8. 31.
아파트 화단의 대추꽃에서 시작된 오래된 가을 기억 약초를 배우면서 평소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식물과 열매를 다시 보게 되는 일이 많아졌다. 대추도 그 가운데 하나다. 우리 아파트 화단에는 대추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초여름이 되면 작은 대추꽃이 피고 가을이 오면 빨간 열매가 달린다. 매년 그 앞을 지나면서도 나는 대추가 많이 열렸는지, 아직 푸른 열매인지, 붉게 익었는지 정도만 살폈다. 그런데 약초 공부를 하며 대추가 식물 이름과 생약 이름으로도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화단의 나무가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대추꽃을 바라보다 보니 제사상에 올리던 대추, 동네 입구의 큰 대추나무, 친구들과 덜 익은 열매를 따 먹던 어린 시절의 가을도 함께 떠올랐다. 대추나무 한 그루가 내게는 계절의 풍경과 가족의 기억, 오래 전의 맛을 이어 주는 나무가 됐다... 2026. 8. 27.
약초원에서 만난 바디나물과 어머니의 베틀 교수님이 가리킨 낯선 이름바디나물이라는 이름은 약초 공부를 하면서 처음 알게 됐다. 약초원을 방문했을 때 약초학 교수님이 눈앞의 식물을 가리키며 바디나물이라고 알려주셨다. 그전까지는 이름을 들어본 기억도 없었다. 가까이에서 본 바디나물은 처음에는 들이나 산야에서 흔히 보는 풀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한참 바라보고 나니 잎이 크고 여러 갈래로 나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식물의 이름을 들을 때마다 바로 외우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 그날은 이름이 독특해서인지, 교수님이 알려준 뒤에도 바디나물이라는 말이 오래 남았다. 이름을 알고 나서 다시 보면 전에는 그냥 지나쳤을 잎과 줄기에도 시선이 머문다. 교수님은 잎이 잘리면 하얀 진액이 보인다고 설명하셨다. 나는 그 설명을 들으며 식물마다 눈에 띄는 특징.. 2026. 8. 6.
사탕인 줄만 알았던 그 잎, 고양의 약초원에서 다시 만나다 박하는 나에게 약초라기보다는 사탕이나 껌으로 훨씬 친숙하게 다가오는 이름이다. 어릴 적 박하사탕을 입에 물었을 때 입안 가득 퍼지던 화하고 시원한 느낌은 지금도 정겨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 알싸한 느낌이 혀끝에서 목구멍까지 서늘하게 번지던 감각은 나이가 들어서도 잊히지 않는다. 요즘도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계산할 때면 카운터 옆에 놓인 박하사탕 통에 자연스레 손이 가곤 한다. 그 조그마한 사탕 하나가 입안을 화하게 만들어주는 게 좋아서, 계산이 끝나기도 전부터 눈으로 통을 훑어보는 습관이 생긴 지도 꽤 오래됐다. 누가 보면 사탕을 그렇게 좋아하나 싶겠지만, 사실은 그 화한 향 하나 때문이다.친구네 마당 화분, 그리고 고양으로 가던 버스학창 시절 친구 하나가 집 마당 한편에 화분을 두고 박하를 직접 .. 2026.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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