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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인 줄만 알았던 그 잎, 고양의 약초원에서 다시 만나다

by jamkkum 2026. 8. 2.

박하는 나에게 약초라기보다는 사탕이나 껌으로 훨씬 친숙하게 다가오는 이름이다. 어릴 적 박하사탕을 입에 물었을 때 입안 가득 퍼지던 화하고 시원한 느낌은 지금도 정겨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 알싸한 느낌이 혀끝에서 목구멍까지 서늘하게 번지던 감각은 나이가 들어서도 잊히지 않는다. 요즘도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계산할 때면 카운터 옆에 놓인 박하사탕 통에 자연스레 손이 가곤 한다. 그 조그마한 사탕 하나가 입안을 화하게 만들어주는 게 좋아서, 계산이 끝나기도 전부터 눈으로 통을 훑어보는 습관이 생긴 지도 꽤 오래됐다. 누가 보면 사탕을 그렇게 좋아하나 싶겠지만, 사실은 그 화한 향 하나 때문이다.

친구네 마당 화분, 그리고 고양으로 가던 버스

학창 시절 친구 하나가 집 마당 한편에 화분을 두고 박하를 직접 키워 약으로 쓴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때는 그냥 특이한 취미 정도로만 여기고 넘어갔다. 마당 구석에 놓인 작은 화분 하나가 뭐 그리 대단한 약이 될까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어디에 쓰는지는 물어보지도 못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좀 아쉽다.

 

그러다 5월 중순 어느 날, 약초원 방문 일정이 잡혔다. 안양에 있는 교회 앞에서 약초 공부하는 사람들과 버스를 기다렸다. 고양에 있는 약초원까지 가는 날이었는데, 아침 공기가 벌써 여름 초입처럼 후덥지근했던 게 기억난다. 버스에 올라타 자리에 앉으니 다들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움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느라 시끌시끌했다. 창밖으로 스쳐 가는 풍경을 보면서 오늘은 또 어떤 식물을 만나게 될까 하는 기대감도 슬며시 들었다.

출석 체크 뒤 마주한 어린 잎, 그리고 옛 기록한 줄

어린 박하 잎
어린 박하 잎

약초원에 도착해서 출석 체크부터 했다. 명단에 이름을 확인받고 나니 그제야 진짜 수업이 시작되는 느낌이 들었다. 교수님이 약초원 곳곳을 다니며 식물 하나하나를 짚어가며 설명해 주셨는데, 그중에 박하도 있었다.

 

호기심이 발동해서 아직 여리게 자란 초록빛 박하잎을 한 장 뜯어 조심스레 씹어보았다. 신기하게도 가공된 사탕에서 느끼던 청량한 화함이 그대로 살아있었고, 끝맛에는 쌉싸름한 약초 특유의 쓴맛도 잔잔하게 묻어났다. 사탕으로만 알던 그 향이 결국 이 여린 잎에서 나온 거였구나 싶으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손가락에 잎을 문지르기만 했는데도 향이 확 퍼져서 코끝이 다 화한 느낌이었다. 함께 갔던 일행들도 저마다 잎을 한 장씩 따서 코에 대보거나 씹어보며 신기해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누군가는 "이게 진짜 그 사탕 맛이네" 하며 웃었고, 또 누군가는 향이 너무 세다며 얼굴을 찡그리기도 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박하는 옛 문헌에도 이름이 올라 있는 식물이더라. 동의보감 탕액 편에 박하가 실려 있다는 기록을 본 적이 있다. 향약집성방류의 옛 본초 문헌들에서도 민간에서 두루 쓰인 향초로 언급되는 걸 보면, 우리 조상들도 이 화한 향을 가볍게는 알고 지냈던 모양이다. 다만 정확히 어떤 처방에 어떻게 조합해 썼는지까지는 나도 자세히 알지 못하고, 짧게 스쳐 지나가는 기록 정도로만 봤다는 점을 밝혀둔다. 옛사람들도 이 잎을 손으로 비벼가며 향을 맡아보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잠깐 해봤다.

고속도로에서 찾게 되는 그 향, 그리고 조심할 부분

돌이켜보면 박하의 향은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장거리 운전을 할 때 졸음을 쫓으려 자주 찾는 껌에도 박하 성분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나도 고속도로를 오래 달릴 때 눈꺼풀이 무거워지면 어김없이 그런 껌을 찾게 된다. 씹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정신이 좀 맑아지는 느낌을 받는데, 향이 워낙 강해서 그런 자극이 오는 것 같다. 콧속까지 화해지는 그 느낌이 잠깐이나마 나른함을 몰아내 주는 기분이다. 다만 이게 실제로 졸음을 완전히 없애준다기보다는, 향과 자극으로 잠깐 기분을 환기시켜 주는 정도로 이해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그날 약초원에서 어린 잎 한 장만 씹었는데도 향이 예상보다 훨씬 진하게 느껴져서 살짝 놀랐던 걸 보면, 다 자란 잎이나 진액은 더 자극적일 수도 있겠다 싶다. 함께 갔던 일행 중에도 향이 너무 세다며 손을 내젓던 사람이 있었던 걸 보면,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가 확실히 다른 모양이다. 임산부나 영유아, 특정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박하 관련 제품 사용에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이 부분은 내가 직접 겪은 게 아니라서 확언하긴 어렵다. 결국 몸에 뭔가를 넣거나 바르는 문제니까, 궁금하면 전문가한테 직접 물어보는 게 제일 안전할 것 같다.

다음엔 직접 말려보려고 한다

버스 타고 돌아오는 길에도 손끝에 남은 박하 향이 한참 가시지 않았다. 창가에 기대앉아 손등을 코에 갖다 대볼 때마다 그 화한 기운이 은은하게 남아있는 게 신기했다. 그날 이후로 박하에 대한 인상이 좀 달라졌다. 사탕 향으로만 알던 걸 실제 식물로, 그것도 아직 어린잎으로 만나니까 다음엔 화분 하나 사서 직접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학창 시절 그 친구가 왜 마당에 박하를 키웠는지 이제라도 물어보고 싶은 마음도 든다. 잎을 말려서 차로 우려 보면 또 다른 느낌일 것 같은데, 이건 해보고 나서 다시 기록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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