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화단4 고향 이름을 따라오던 마와 아파트 울타리에 다시 올라온 줄기 산행을 가거나 산 근처 관광지에 들르면 마즙을 파는 곳을 자주 보았다. 컵에 담긴 마즙은 뿌옇고 걸쭉해서 언뜻 보면 진하고 고소한 맛이 날 것 같았다. 정력이나 기력 회복에 좋다는 말을 들으면, 등산 뒤에 마시는 음료로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산행을 마치고 한 잔씩 마셔 본 적이 여러 번 있다. 하지만 내게 마즙의 맛은 기대와 조금 달랐다. 고소하거나 달콤한 맛이 강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밍밍한 미숫가루처럼 느껴졌다. 몸에 좋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끝까지 마시기는 했지만, 그 안에 어떤 성분이 들어 있고 왜 좋다고 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당시의 마는 고향의 특산품도, 밭에서 기르는 작물도 아닌, 산 근처에서 한 번쯤 사 마시는 걸쭉한 음료에 가까웠다.관광지에서 마시던 뿌.. 2026. 9. 30. 아파트 화단의 대추꽃에서 시작된 오래된 가을 기억 약초를 배우면서 평소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식물과 열매를 다시 보게 되는 일이 많아졌다. 대추도 그 가운데 하나다. 우리 아파트 화단에는 대추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초여름이 되면 작은 대추꽃이 피고 가을이 오면 빨간 열매가 달린다. 매년 그 앞을 지나면서도 나는 대추가 많이 열렸는지, 아직 푸른 열매인지, 붉게 익었는지 정도만 살폈다. 그런데 약초 공부를 하며 대추가 식물 이름과 생약 이름으로도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화단의 나무가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대추꽃을 바라보다 보니 제사상에 올리던 대추, 동네 입구의 큰 대추나무, 친구들과 덜 익은 열매를 따 먹던 어린 시절의 가을도 함께 떠올랐다. 대추나무 한 그루가 내게는 계절의 풍경과 가족의 기억, 오래 전의 맛을 이어 주는 나무가 됐다... 2026. 8. 27. 아파트 화단을 채운 맥문동의 보라색 꽃과 검은 열매 우리 아파트 화단에는 맥문동이 많이 심어져 있다. 그동안에는 길쭉한 잎이 모여 있는 흔한 조경용 화초라고만 생각했다. 약초 강의를 듣고 나서야 왜 화단에 이렇게 넓게 심어 두는지 조금 이해하게 됐다. 사계절 내내 잎이 남아 있고 포기가 촘촘해 다른 풀이 들어설 자리가 적어 보였기 때문이다. 이제 화단을 지날 때면 맥문동은 그냥 배경이 아니라,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 주는 식물로 보인다. 특히 비가 온 뒤 화단을 지날 때면 잎이 더 짙어 보인다. 큰 나무 아래처럼 다른 꽃이 눈에 잘 띄지 않는 자리에서도 맥문동은 포기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이 식물이 아파트 조경에서 오래 쓰이는 이유를 어렴풋이 생각하게 됐다.화단을 가득 채운 부추 닮은 잎우리 아파트 화단의 맥문동은 한두 포기만 .. 2026. 8. 13. 아파트 화단에서 계절마다 다시 보게 된 산수유나무 광고 문구 뒤에 남은 산수유라는 이름한때 “남자한테 참 좋은데”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나도 주변에서 그 말을 따라 한 적이 있고, 지금도 가끔 그 표현을 들을 때가 있다. 처음에는 그저 광고에서 나온 익숙한 문구로만 기억했다. 나중에 그 제품의 주원료가 산수유였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산수유라는 이름이 더 친숙하게 다가왔다. 광고에서 들은 이름은 오래 기억에 남지만, 실제 식물의 모습까지 바로 떠오르는 것은 아니었다. 산수유는 특별한 산이나 여행지에서만 만나는 나무가 아니라 우리 아파트 화단에도 심겨 있었다. 다른 아파트 단지를 지날 때도 노란 꽃이 보이면 산수유나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처음에는 봄에 피는 노란 꽃 때문에 산수유나무를 기억했다. 꽃이 한꺼번에 모여 피면 멀리서도.. 2026. 8. 1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