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추억3 등굣길 찔레나무에서 먼저 꺾던 봄의 새순 약초 공부를 하며 가장 자주 떠올리는 것은, 시골에서 흔하게 보던 풀과 나무가 저마다 이름을 가진 식물이었다는 사실이다. 찔레나무도 그렇다. 어린 시절의 찔레나무는 약초원에서 배운 식물이 아니라 논둑과 밭둑, 하천 둑에 늘 있던 가시나무였다. 봄이면 그 가지에서 올라오는 여린 새순을 친구들과 꺾어 먹었고, 가을에는 붉은 열매를 보면서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시간이 흐른 뒤 찔레나무라는 이름을 다시 배우니, 고향의 등굣길과 친구들의 얼굴이 함께 떠오른다. 그때의 나는 찔레나무를 귀한 식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가시에 찔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나무, 조금만 자라면 순이 질겨지는 나무, 길가에 너무 흔해서 굳이 이름을 묻지 않는 나무에 가까웠다. 그런데 지금은 그 흔함 자체가 오래된 기억의 배경이었.. 2026. 8. 20. 송편 찜통에 깔던 솔잎과 명절 전날의 산길 솔잎은 어린 시절의 명절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하는 초록빛 기억이다. 시골집 주변 산에는 언제나 소나무가 있었고, 솔잎은 늘 눈에 익은 나무의 일부였다. 평소에는 떫고 씁쓸해서 맛있다고 느끼지 못했지만, 명절 전날이 되면 송편을 찌기 위해 꼭 필요한 재료가 됐다. 산에서 솔잎을 따 오고, 찜통에 송편과 함께 켜켜이 놓던 일은 자연스럽게 내 몫이었다. 솔잎 향은 집 안과 송편에 남아, 지금도 명절을 생각하면 함께 따라온다. 솔잎은 평소에는 산에 널려 있는 잎처럼 보였지만, 명절을 앞두면 가장 먼저 챙겨야 하는 재료가 됐다. 그래서 내 기억 속 솔잎은 소나무의 일부이면서도, 송편을 기다리게 하는 명절의 신호처럼 남아 있다.명절 전날 산에서 따 오던 솔잎명절이 다가오면 집안에서는 송편을 빚을 준비를 했다. 반.. 2026. 8. 15. 이웃집 살구나무 아래에서 보낸 여름 살구는 어린 시절의 여름을 떠올리게 하는 대표적인 과일이다. 동네 이웃집마다 살구나무가 몇 그루씩 있었고, 열매가 익는 철이 되면 나무 아래는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모이는 곳이 됐다. 덜 익은 살구는 입안을 찌르듯 시었고, 햇볕을 충분히 받은 살구는 과즙이 달고 많았다. 지금도 살구가 시장에 나오면 일부러 사 먹는다. 한입 베어 물 때마다 이웃집 나무와 친구들, 여름 햇빛 아래서 살구를 따 먹던 시간이 함께 떠오른다. 살구는 내게 약초보다 먼저 과일이고, 식물 이름보다 먼저 여름날의 맛이다. 과육을 다 먹고 남은 씨앗을 돌로 깨 보던 호기심까지 포함해, 살구에는 어린 시절의 무심한 시간이 담겨 있다. 노란빛 열매 하나가 동네 풍경과 친구의 집, 손에 묻던 과즙을 함께 불러낸다.이웃집 살구나무가 놀이터이던 .. 2026. 8. 1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