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1 할아버지 무덤가의 붉은 열매, 뒤늦게 알게 된 구기자나무 구기자라는 이름은 오래전부터 여러 곳에서 들었다. 누군가는 간이나 눈에 좋다고 말했고, 약초 이야기가 나오면 빠지지 않는 이름처럼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내게 구기자는 약초 이름이 아니었다. 할아버지 무덤 주변에 무성하게 자라던, 벌초를 할 때마다 아버지가 낫으로 정리하던 나무에 가까웠다. 그때는 그 나무가 무엇인지도, 붉게 익는 열매가 어디에 쓰이는지도 알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구기자를 꽤 오래전부터 보고 있었던 셈이다. 다만 이름을 몰랐고, 이름을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봉분 주변에 자라던 가지, 벌초하러 갈 때 들고 가던 낫, 가을 밭일을 하며 보았던 붉은 열매, 아버지가 열매를 담금주 병에 넣던 모습이 따로따로 남아 있었다. 약초를 공부한 뒤에야 그 기억들이 모.. 2026. 9. 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