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두렁1 손끝에 남던 쑥 향과 떡방앗간의 초록빛 봄이 되면 들과 논두렁마다 어린 쑥이 올라왔다. 시골에서 자랄 때 쑥은 이름을 따로 배우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식물이었다. 겨우내 비어 보이던 땅에 낮은 초록빛이 보이기 시작하면, 어머니는 쑥을 캐 오라고 하셨다. 내게 봄은 꽃이 피는 계절이기도 했지만, 바구니를 들고 들로 나가 쑥을 뜯는 계절이기도 했다. 그때의 쑥은 약초나 식물 정보보다 먼저, 어머니의 심부름과 쑥떡으로 이어지는 봄날의 일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쑥을 캐러 나가면 처음에는 심부름보다 놀이에 가까웠다. 누가 더 많이 캐는지 바구니 안을 들여다보고, 작은 잎이 어느새 한 줌씩 쌓이는 모습을 보며 괜히 뿌듯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래 쭈그려 앉아 있으면 손가락이 아리고 다리도 저렸다. 그래도 바구니에 쑥이 차오르는 것을 보면 쉽게 자리를 뜨.. 2026. 9. 1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