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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속 약초에서 밭의 향기로운 꽃으로, 처음 만난 백선

by jamkkum 2026. 9. 12.

백선이라는 이름은 어린 시절에는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처음 그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유튜브에서 여러 약초를 소개하는 영상을 보던 때였다. 화면에는 낯선 식물이 차례로 지나갔고, 백선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당시에는 흰빛 꽃이 피는 약초라는 정도로만 보였고, 언젠가 실제로 보게 될 것이라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다.

 

그러다 5월 무렵 여러 식물을 기르는 약초원을 찾았을 때, 밭고랑에 심어진 백선을 처음 가까이에서 보게 됐다. 영상에서 볼 때와 달리 실제 밭의 백선은 생각보다 존재감이 컸다. 꽃망울이 맺힌 줄기도 있었고, 이미 꽃을 피운 줄기도 있었다. 화면을 통해 스쳐 지나간 식물 이름이 그날에는 잎의 모양과 꽃의 빛깔, 가까이에서 맡아본 독특한 향으로 이어졌다.

5월 밭고랑에서 처음 본 백선

5월 약초원 밭고랑에서 본 백선
5월 약초원 밭고랑에서 본 백선

약초원에는 여러 종류의 식물이 있었지만, 백선은 넓은 밭고랑 위에 심어진 모습으로 기억된다. 내가 본 백선은 나무가 아니라 줄기가 곧게 올라오는 풀의 모습에 가까웠다. 교수님은 백선이 운향과 식물이라고 설명했다. 그 말을 듣기 전에는 운향과라는 이름이 무엇을 뜻하는지 막연했는데, 실제로 식물 가까이에서 향을 맡아 본 뒤에는 그 설명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5월의 백선에는 꽃망울만 맺힌 줄기도 있었고, 꽃이 핀 줄기도 있었다. 꽃은 흰색 바탕에 약한 보랏빛이 돌았으며, 가까이서 볼수록 화려하다기보다 낯선 모양이 눈에 남았다. 국립수목원 계열 식물 자료에서도 백선은 5월에서 6월 사이 흰색 바탕에 엷은 홍색 또는 보랏빛 줄무늬가 있는 꽃을 피우는 식물로 소개된다. 내가 본 꽃도 멀리서 보면 밝은 빛이었지만, 가까이에서 보니 흰색 안에 은은한 색이 섞여 있었다.

 

잎은 내 눈에 큰 아카시아 잎처럼 보였다. 잎줄기를 따라 양옆으로 잎이 달린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꽃보다 먼저 잎의 윤곽을 살피게 됐다. 영상에서는 꽃만 먼저 보였는데, 실제 식물 앞에서는 꽃과 잎, 줄기가 한 덩어리로 보였다. 화면에서 본 백선은 예쁜 꽃을 가진 약초 정도였지만, 밭에서 만난 백선은 잎의 모양까지 함께 기억되는 식물이었다.

코를 가까이 댔을 때 알게 된 향

백선이 운향과 식물이라는 설명은 향을 맡아 보라는 권유를 들은 뒤에 더 또렷해졌다. 다른 일행 중 한 분이 가까이에서 향을 맡아보라고 했고, 나는 식물 쪽으로 코를 가까이 댔다. 그때 맡은 향은 강하게 코를 찌르는 냄새라기보다 은은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향이었다. 꽃만 보고 지나갔다면 기억하지 못했을 부분이었는데, 향을 맡아보니 백선이라는 이름이 한 번 더 남았다.

 

운향과라는 말은 그날 내게 식물 분류 이름 이상으로 들렸다. 교수님의 설명을 통해 들은 이름과 직접 맡아 본 향이 함께 연결됐기 때문이다. 백선의 꽃자루와 포에는 향이 나는 선점이 있어 독특한 냄새가 난다고 소개되는데, 내가 그날 느낀 것도 바로 그 식물 가까이에서 맡은 은은하고 낯선 향이었다. 영상에서는 알 수 없던 부분이었고, 실제 식물 앞에 서서야 이해된 부분이었다.

 

꽃은 흰색 바탕에 보랏빛이 돌았고, 잎은 아카시아 잎을 크게 닮아 보였으며, 가까이 다가가면 향이 났다. 이 세 가지가 그날 본 백선을 기억하게 하는 모습이다. 식물 이름을 외우려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꽃 하나만 보았을 때보다 향과 잎의 모양까지 함께 경험하고 나니 화면 속에서 본 백선과 실제 밭에서 본 백선의 거리가 훨씬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백선피라는 이름과 조심스럽게 남은 이야기

교수님은 백선의 뿌리 껍질을 백선피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생약 규격 자료에도 백선피는 백선의 뿌리껍질로 정의돼 있다. 하지만 그날 내가 직접 본 것은 밭고랑 위에 자라던 백선의 줄기와 잎, 꽃이었다. 뿌리를 직접 캐 보거나 살펴본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백선피라는 이름은 내가 본 식물의 다른 부분을 가리키는 말로만 기억한다. 

 

백선 뿌리를 캐 본 사람의 이야기도 들었다. 뿌리가 멋지게 생겼다는 말과, 그것을 두고 술에 담가 마신다는 이야기가 함께 나왔다. 교수님은 그런 방식은 좋지 않다고 설명했고, 일부 사람들이 쓰는 봉삼이라는 이름도 근거 있는 식물명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나는 그날 뿌리를 직접 본 적이 없으므로, 백선을 떠올릴 때 뿌리의 모습보다 밭고랑 위에 있던 꽃과 잎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날 이후 산책길이나 등산길에서 백선을 다시 본 기억은 없다. 다른 장소에서 같은 식물을 만난다면 바로 알아볼 수 있을지도 자신이 없다. 그래도 5월의 약초원에서 본 흰빛 꽃과 잎줄기를 따라 달린 잎, 그리고 가까이에서 맡아본 독특한 향은 남아 있다. 백선이라는 이름은 이제 유튜브 영상 속에서 스쳐 간 약초가 아니라, 실제 밭에서 꽃망울과 꽃을 함께 보며 향을 맡아본 한 번의 식물 기억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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