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어릴 때 논둑이며 하천 가에 지천으로 자라던 찔레나무 열매가 약재로 쓰인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살았습니다. 그 빨간 열매 옆에서 산딸기, 오디, 앵두는 신나게 따 먹었으면서, 정작 찔레 열매는 그냥 지나쳤으니까요. 이번에 약초를 공부하면서 그 열매가 당뇨에 효과가 있다는 걸 알고 나서야 조금 허탈했습니다.
어릴 때 지나쳤던 찔레나무, 사실 약재였다
약초를 공부하면서 가장 자주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아, 이게 이거였구나.' 민들레처럼 발에 치일 만큼 흔한 것들이 알고 보면 요긴한 약재인 경우가 많았는데, 찔레나무가 딱 그랬습니다.
제가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찔레나무는 정말 익숙한 나무입니다. 논둑, 밭둑, 하천 제방 어디에나 있었고, 봄이 되면 동네 아이들과 새순을 꺾어 껍질을 벗겨 먹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런데 정작 찔레 열매는 많이 먹은 기억이 없습니다. 단맛이 강했다면 저도 분명 신나게 따 먹었을 텐데, 당시 제 기억으로는 단맛이 두드러지지 않았거든요. 한 번은 맛이 궁금해서 몇 알 입에 넣어봤는데 별로 당기지 않아서 그냥 내려놨습니다. 그 빨간 열매 옆에서 산딸기와 오디는 그렇게 먹어댔으면서 말이죠.
한의학에서는 이 찔레 열매를 영실(營實)이라고 부릅니다. 영실이란 찔레나무(Rosa multiflora)의 익은 열매를 건조한 것을 말하며, 전통 의서에 오래전부터 기록이 남아 있는 약재입니다. 최근에는 현대 약리학 실험을 통해 혈당 강하 효과, 즉 혈액 속 포도당 농도를 낮추는 효과가 실험적으로 확인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채취 시기도 중요합니다. 열매가 녹색에서 선홍색으로 막 변했을 때가 가장 좋다고 합니다. 완전히 익어 오래된 열매보다는 막 빨갛게 물들기 시작한 시점이 유효 성분이 풍부하다는 뜻입니다. 하천 제방이나 야산 언저리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고, 건재 약재상에서도 국산 영실을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으니 접근성은 꽤 좋은 편입니다.
영실의 혈당 강하 효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여기서 한 가지 짚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영실의 효능 자체보다, 당뇨의 원인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입니다.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이 당뇨의 주원인이며, 탄수화물은 오히려 원인이 아니다'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공부하면서 살펴본 자료들을 보면 이 주장은 좀 더 신중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이 당뇨 발병의 핵심 기전입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인슐린이 정상적으로 분비되더라도 세포가 이에 반응하지 못해 혈당이 제대로 낮아지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 인슐린 저항성은 포화지방 과잉 섭취와도 연관이 있지만, 당질(탄수화물) 섭취량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혈당지수(GI, Glycemic Index)라는 개념이 여기서 중요해집니다. 혈당지수란 특정 음식을 섭취했을 때 혈당이 얼마나 빠르게 오르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백미나 흰 밀가루처럼 정제된 탄수화물은 GI가 높아 혈당을 급격히 올리지만, 현미나 통밀처럼 정제되지 않은 복합 탄수화물은 GI가 낮아 혈당 상승이 완만합니다. 이 점에서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고 현미·통밀로 대체하는 식단 조언은 의학적으로도 충분히 근거가 있습니다.
과일 섭취 방식도 논의가 필요한 지점입니다. 과일에 풍부한 과당(Fructose)은 과당이란 포도당과 달리 간에서 대사되는 단당류로, 과잉 섭취 시 중성지방 합성을 촉진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식후 간식이나 식전 과일처럼 식사와 함께 혈당 부하가 겹치는 방식보다는, 식사 대신 과일만 단독으로 섭취하는 방식이 혈당 관리에 유리하다는 시각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당도가 낮은 과일을 소량으로 선택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제 경험상 당뇨 관련 식단은 단순히 '무엇을 먹느냐'보다 '언제, 얼마나 먹느냐'가 더 결정적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당뇨 환자의 영양 관리에 관해서는 대한당뇨병학회에서 발간한 진료 지침을 참고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균형 잡힌 섭취가 모두 중요하다는 점이 일관되게 강조되어 있습니다(출처: 대한당뇨병학회).
영실 달인 물로 현미밥을, 실제로 써볼 만한 방법인가
약초 공부를 하다 보면 이론은 그럴듯한데 실제로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영실 활용법은 솔직히 꽤 현실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영실 하루 권장 복용량은 건조된 것 기준으로 8g 내외입니다. 이 정도를 물에 달여 탕전(湯煎), 즉 약재를 물과 함께 끓여 유효 성분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복용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입니다. 달인 물의 색이 붉고 은은한 단맛이 난다고 하는데, 저는 아직 직접 달여 마셔보지는 못했습니다. 어릴 때 날것으로 먹었을 때는 단맛이 별로였던 기억이 있어서 달였을 때 어떤 맛인지 사실 꽤 궁금합니다. 다음에 시골에 갈 기회가 생기면 꼭 따다가 직접 달여볼 생각입니다.
실용적인 활용법으로는 영실 달인 물을 현미밥 지을 때 사용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당뇨 관리에 현미밥이 도움이 된다는 점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데, 여기에 영실 달인 물을 더하면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제 경험상 현미밥 자체는 백미보다 맛이 떨어진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은데, 달인 물에 밥을 지으면 색과 향이 달라질 수 있으니 오히려 거부감이 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영실과 함께 인삼을 병용하는 방법도 거론되는데, 이 부분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인삼 역시 혈당 강하 효과가 일부 보고되어 있지만, 체질에 따라 열감을 유발하거나 혈압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흔하디 흔한 하천의 환삼덩굴이 혈압 강하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것처럼, 약초는 효능만큼 부작용도 체질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영실을 활용할 때 참고할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채취 적기: 열매가 녹색에서 선홍색으로 막 변했을 때
- 하루 복용량: 건조 기준 약 8g
- 복용 방법: 달여서 음용하거나 현미밥 짓는 물로 활용
- 인삼 병용 시: 체질에 따라 열감·혈압 변화 가능성, 전문가 상담 권장
- 과일 섭취: 식사 대용으로 소량, 저당도 과일 선택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식물성 약재를 의약품 대신 오용하거나 과다 복용하는 것에 대한 주의를 지속적으로 당부하고 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약초는 오랫동안 사람들이 경험으로 쌓아온 지혜가 담겨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영실이 혈당 관리에 보조적으로 도움이 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당뇨는 만성 대사 질환으로, 어떤 단일 약재나 식품 하나가 치료제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영실이나 현미밥 같은 생활 속 실천은 의사의 진단과 처방을 보완하는 역할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접근입니다. 저도 기회가 되면 직접 영실을 달여 꾸준히 경험해 보고, 그 결과를 나중에 솔직하게 공유해 볼 생각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당뇨 관련 식단 및 약초 복용은 반드시 담당 의사 또는 전문가와 상담 후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당뇨에 좋은 음식, 합병증 피하고 혈당수치 떨어집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WaVDcjzQ1_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