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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을 지나며 보던 개나리, 연교라는 이름을 알기까지

by jamkkum 2026. 9. 17.

개나리는 어린 시절부터 봄이 오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던 꽃이었다. 진달래와 함께 다른 꽃보다 먼저 노랗게 피는 개나리를 보면, 겨우내 움츠러들어 있던 풍경이 조금씩 풀리는 것 같았다. 학교 담장과 동네 울타리를 따라 노란 꽃이 번지면 봄이 왔다는 말을 굳이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내게 개나리는 특별한 식물 이름이라기보다, 새 학년이 시작되는 계절과 함께 찾아오는 익숙한 봄빛이었다.

 

특히 개학을 앞두고 새 학년이 시작될 무렵, 개나리가 만개한 모습은 유난히 또렷하게 기억난다. 긴 겨울이 지나고 새 교실과 새 선생님, 달라질 친구들을 생각하던 때였다. 설렘과 낯섦이 함께 있던 시기에 학교 담장과 길가를 따라 피던 노란 꽃은 늘 먼저 봄을 알려 주었다. 그때의 나는 개나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같은 개나리라도 종류가 다를 수 있는지 생각하지 않았다. 노랗게 피면 모두 개나리였다.

버스 차창 밖으로 지나가던 의성의 노란 울타리

어릴 적 살던 곳이 의성 근처라 봄에 의성을 지날 때도 개나리를 자주 보았다. 버스 차창 밖으로 노란 개나리 울타리가 스쳐 지나갔고, 나는 그것을 다른 지역에서 보던 개나리와 크게 다르지 않게 여겼다. 봄이면 어디서나 피는 흔한 꽃이라는 생각이 더 컸다. 노란 꽃이 가지마다 붙어 있으면 그저 봄다운 풍경이었고, 어느 마을의 어떤 개나리인지까지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차창 밖의 풍경은 오래 바라볼 수 없어서 더 단순하게 기억되는 것 같다. 길가의 담장, 밭 가장자리, 집 주변에 이어지던 노란 꽃은 버스가 지나가면 금세 뒤로 멀어졌다. 의성을 지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곳의 개나리가 다른 지역의 개나리와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어린 시절 내게 봄꽃은 진달래와 개나리 정도로 나뉘었고, 그 안에서도 다시 이름이 갈릴 수 있다는 일은 알지 못했다.

 

그래서 약초원에서 의성개나리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예전에 버스 창밖으로 지나가던 노란 울타리가 떠올랐다. 내가 그때 보았던 꽃이 실제로 의성개나리였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의성 근처를 지날 때마다 흔한 개나리라고만 생각했던 기억은 분명하다. 이름을 알고 난 뒤에는 그때 스쳐 지나간 풍경도 이전과 조금 다르게 보인다. 같은 노란 꽃이라도 어느 곳에서 자라고,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릴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꽃으로만 알던 개나리와 열매의 이야기

의성개나리 울타리
의성개나리 울타리

약초원에서 교수님 설명을 들으며 가장 뜻밖이었던 것은 의성개나리에는 열매가 맺힌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개나리를 봄에 피는 꽃으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꽃이 지고 난 뒤의 가지를 유심히 본 적도 없었고, 개나리에 열매가 생긴다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의성개나리는 가을에 열매를 맺고, 그 열매가 연교라는 이름으로 불린다는 설명을 들었다.

 

농촌진흥청과 국립생물자원관 자료에서는 의성개나리를 경상북도 의성에 자생하는 개나리 속 식물로 소개한다. 밝은 노란 꽃이 잎보다 먼저 피고, 열매는 난형으로 맺혀 가을에 익는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주변에서 흔히 보는 관상용 개나리와 달리 의성개나리는 열매가 비교적 잘 맺히는 특징이 있다는 설명도 있다. 내가 어린 시절 봄마다 보았던 것은 노란 꽃뿐이었지만, 꽃이 진 뒤에도 가지에는 또 다른 계절의 모습이 남는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연교라는 이름도 그때 처음 들었다. 꽃이 아니라 의성개나리의 열매와 연결된 이름이라는 설명은 내게 낯설었다. 개나리는 그저 봄꽃이라고 생각했는데, 꽃이 진 뒤 열매가 자라고 그 열매가 따로 불린다는 사실은 봄날의 개나리를 다른 시간으로 이어 주었다. 봄의 노란 꽃을 보고 지나간 뒤에도 여름과 가을에 나무가 어떤 모습으로 남는지 생각하게 된 것은 그때부터였다.

봄꽃의 이름에 덧붙은 다른 계절

교수님은 연교가 금은화와 함께 은교산이라는 한방 처방에 쓰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내게 그 설명은 약의 이름보다, 어릴 적 의성을 지나며 보던 개나리 울타리를 다시 떠올리게 했다. 그때는 노랗게 피어 있는 꽃만 보았고, 그 꽃이 진 뒤 열매가 맺힐 수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약초원에서 들은 이야기는 익숙한 봄꽃 하나에 꽃이 아닌 다른 계절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 준 셈이었다.

 

개나리는 너무 흔해서 오히려 자세히 보지 않았던 꽃이다. 봄이면 피고, 담장과 울타리를 노랗게 만들고, 진달래와 함께 봄이 왔다는 신호가 되는 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의성개나리라는 이름을 알고 난 뒤에는 같은 개나리라도 모두 똑같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기억에 남았다. 내가 어릴 적 의성 근처에서 본 꽃이 정확히 어떤 종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때 무심히 지나친 노란 울타리는 이제 예전처럼 단순한 풍경으로만 떠오르지는 않는다.

 

다음 봄에 의성 근처를 다시 지나게 된다면, 예전처럼 차창 밖의 노란빛만 보고 지나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길가의 개나리를 보고 섣불리 의성개나리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다만 꽃이 핀 뒤의 가지가 어떻게 남는지, 가을에는 열매가 보이는지, 내가 기억하던 노란 울타리와 어떤 모습이 닮았는지를 조금 더 천천히 살펴보게 될 것 같다. 내게 개나리는 여전히 봄을 알리는 노란 꽃이지만, 이제는 의성을 지날 때마다 꽃 뒤에 이어질 다른 계절도 함께 떠올리게 하는 식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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