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 식당에서 방풍나물을 먹을 때마다 '이게 바로 그 방풍이겠지' 하고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약초원에서 교수님 설명을 직접 들으면서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았습니다. 우리가 나물로 먹는 방풍과 약재로 쓰는 방풍은 식물 자체가 다릅니다. 이름만 같을 뿐, 생김새도 효능도 엄연히 구별되는 세 가지 식물이 '방풍'이라는 이름 아래 혼용되고 있습니다.
갯방풍, 왜 바닷가에서만 볼 수 있을까
방풍(防風)이라는 이름이 어디서 왔는지 궁금하지 않으셨습니까? 방풍은 말 그대로 '바람을 막는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풍(風)이란 한의학에서 중풍·경련·저림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으로 생기는 증상 전반을 가리킵니다. 쉽게 말해, 혈액과 열의 순환이 막혀서 나타나는 온갖 순환장애를 옛사람들은 '바람맞았다'라고 표현했고, 그것을 막아주는 약초에 방풍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갯방풍은 이름의 '갯'이 바로 갯벌·바닷가를 뜻합니다. 바닷가 모래밭이나 절벽 주변에서 자생하는 식물로, 내륙에서는 사실상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직접 약초원 현장에서 봤을 때도 잎이 유독 반짝거리는 느낌이 인상적이었는데, 그게 갯방풍의 가장 뚜렷한 특징이라고 합니다. 약재로 사용하는 부위는 잎이 아니라 뿌리입니다. 이 뿌리를 해방풍(海防風)이라고 부릅니다. 해방풍이란 바다에서 나는 방풍 뿌리라는 의미로, 폐를 촉촉하게 하고 풍열(風熱)을 식히는 데 쓰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풍열이란 체내에 열이 쌓이면서 순환이 막히는 상태를 말합니다.
갯방풍은 꽃이 6월에서 7월 사이에 피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하는데, 저는 약초원 방문 당시 살짝 핀 꽃을 겨우 볼 수 있었습니다. 바닷가에 가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식물이라는 말이 실감났습니다.
식방풍, 우리가 나물로 먹는 그것
그렇다면 회사 식당에 나오는 방풍나물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바로 갯기름나물의 잎입니다. 갯기름나물의 약재 이름이 식방풍(植防風)입니다. 식방풍이란 재배해서 얻는 방풍이라는 뜻으로, 원래 고향은 바닷가지만 내륙에서도 재배가 잘 돼서 지금은 전국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잎 모양을 갯방풍과 비교해 보면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갯방풍 잎이 반짝거리는 반면, 갯기름나물 잎은 광택이 없고 다소 거친 느낌입니다. 제가 직접 두 식물을 나란히 놓고 봤을 때 한눈에 구분이 될 정도였습니다. 약재로 쓸 때는 이것도 뿌리를 씁니다. 식방풍은 주로 감기, 근육통, 관절통 등의 진통·소염 작용에 쓰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중에서 '방풍나물'로 유통되는 것은 대부분 이 갯기름나물의 잎입니다. 제 경험상 많은 분들이 이걸 그냥 '방풍'이라고 알고 계십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약초 공부를 하면서 정확한 식물학적 이름과 약재 이름이 따로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습니다.
방풍 계열 약재의 쓰임새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해방풍(갯방풍 뿌리): 폐 윤조, 풍열 제거, 호흡기 계통에 주로 사용
- 식방풍(갯기름나물 뿌리): 감기, 근육통, 진통·소염 작용에 주로 사용
- 진방풍(수입산 방풍 뿌리): 중풍, 혈관 질환, 발한 등 전통 방풍 효능의 대표 약재
진방풍, 왜 우리나라에서 자라지 않을까
그러면 한의학 교과서에서 이야기하는 진짜 방풍은 어떤 식물일까요? 바로 진방풍(眞防風)입니다. 진방풍이란 본초학(本草學)—한약재의 기원·성질·효능을 연구하는 학문—에서 정통 방풍으로 인정하는 원식물로, 중국이 주 자생지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생하지 않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제가 약초원에서 사진으로 이 식물을 봤을 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잎 모양이 약간 쑥이나 익모초를 연상시켰고, 꽃은 안개꽃처럼 작은 꽃들이 뭉게뭉게 모여 피어 있었습니다. 앞서 본 두 방풍과 전혀 다른 생김새라 처음에는 같은 이름을 쓴다는 게 오히려 혼란스러울 정도였습니다. 뿌리도 마찬가지였는데, 지느러미처럼 길쭉하게 뻗은 형태여서 식방풍이나 해방풍과는 구별이 됐습니다.
본초학 분류 기준으로 진방풍의 성질은 맵고 따뜻하며 발산(發散)하는 성질이 강합니다. 발산이란 체내에 막힌 기운을 바깥으로 풀어내는 작용을 말합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혈허(血虛) 체질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혈허란 몸 안의 혈액과 진액이 부족해 건조하고 쉽게 피로한 상태를 뜻하는데, 이런 체질이 방풍 계열 약재를 장복할 경우 오히려 기혈을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약재를 선택하기 전에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방풍 계열 약초의 안전성과 성분에 대해서는 관련 연구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출처: 한국한의학연구원). 또한 국내 유통 한약재의 기원 식물 및 품질 기준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리하고 있으며, 방풍 역시 기원 식물에 따른 품목 구분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방풍이라는 이름 하나 안에 해방풍, 식방풍, 진방풍 세 가지가 뒤섞여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마트나 식당에서 방풍나물을 볼 때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나물로 먹는 것과 약재로 쓰는 것은 엄연히 다르고, 같은 방풍 계열이라도 어떤 부위를 어떤 목적으로 쓰느냐에 따라 효능과 주의사항이 달라집니다. 약초 공부를 할수록 이름 하나를 제대로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낍니다. 약재로 사용할 계획이 있다면 반드시 한의사나 전문가와 상담 후 체질에 맞게 활용하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학습 내용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한의학 진료나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뇌경색#뇌출혈#뇌졸중초기증상#뇌출혈초기증상#방풍나물 (https://www.youtube.com/watch?v=rNJUc1fLb7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