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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통선 산길에서 맡던 더덕 향

by jamkkum 2026. 9. 20.

줄기 마디에 잎이 4개씩 있는 더덕
줄기 마디에 잎이 4개씩 있는 더덕

더덕구이나 더덕무침은 시골 식당이나 산 근처 식당에서 여러 번 먹어 본 익숙한 음식이다. 고추장 양념을 입혀 구운 더덕은 향이 진하고, 반찬으로 나온 더덕무침은 밥과 함께 먹기 좋았다. 하지만 내게 더덕은 식당 상 위의 음식으로 먼저 기억되는 식물이 아니다. 더덕을 제대로 알게 된 곳은 군대였고, 더 정확히는 민통선 안의 산속 부대에서 훈련과 작업을 나가던 산길이었다.

 

자대 배치를 받은 곳은 산속에 있던 부대였다. 봄이나 여름에 훈련 또는 작업을 나가면 늘 깊은 산길을 오르내려야 했다. 군장을 메고 걷는 길은 길었고, 쉬는 시간은 짧았다. 그런데 고참들은 산길을 가다가 더덕을 찾아내곤 했다. 때로는 더덕이나 산도라지라고 부르던 뿌리를 캐서, 가지고 다니던 고추장에 찍어 먹었다. 내게 더덕은 그때부터 산속에서 우연히 발견하는 음식이자, 고된 하루 사이에 잠깐 생기는 작은 즐거움으로 남았다.

군장을 멘 산길에서 알게 된 더덕

민통선 안쪽의 산속 부대에서 훈련을 나가면, 길은 늘 산과 이어져 있었다. 봄과 여름의 산길은 초록빛이 짙었고, 군장을 멘 채 오르내리다 보면 주변 식물을 자세히 볼 여유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고참들은 걷는 중에도 어느 순간 멈추거나, 길가의 줄기와 잎을 살피며 더덕을 찾았다. 나는 처음에는 왜 멈추는지 몰랐지만, 더덕을 발견해 뿌리를 꺼내는 모습을 보면서 그 식물이 산속에서 찾을 수 있는 특별한 먹거리라는 것을 알게 됐다.

 

고참들은 찾은 더덕을 후임병에게도 맛보게 해 주곤 했다. 산속에서 막 꺼낸 뿌리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 일은 식당에서 접시에 담긴 더덕구이와는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 피곤한 훈련 중에 먹어서 더 맛있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의 기억에는 맛만 남아 있지 않다. 군장을 잠시 내려놓고, 산길 한쪽에서 고참이 찾은 뿌리를 나눠 보던 짧은 휴식의 시간이 함께 남아 있다.

 

후임병이던 내게는 고참들이 산속 식물을 알아보고 찾아내는 모습도 신기했다. 나는 그저 길을 따라 걷는 데 집중했지만, 고참들은 주변을 보며 향이나 줄기의 모습을 알아챘다. 산길을 걷다 보면 누군가 먼저 지나간 자리에서 더덕 향이 느껴질 때가 있었다. 고참들은 앞사람이 잎이나 줄기를 스치며 지나가 향이 난 것 같다고 말했고, 그 냄새를 따라가 더덕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때의 나는 그 이야기를 정확한 식물 지식으로 이해하기보다, 산길을 걷는 사람들 사이에서 전해지는 경험으로 받아들였다.

고추장 하나와 짧은 쉬는 시간

더덕을 찾으면 고추장이 빠지지 않았다. 누군가 가지고 간 고추장을 꺼내면, 막 캐낸 뿌리를 찍어 먹는 일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지금 생각하면 그 방식은 투박했다. 손질된 음식도 아니고, 식당처럼 접시에 담긴 더덕구이도 아니었다. 그런데 군장과 장비를 메고 산길을 오래 걸은 뒤 잠시 쉬는 시간에 먹었던 더덕은, 어떤 식당의 정식보다 더 또렷하게 기억된다.

 

산더덕은 향이 아주 진하게 느껴졌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사 먹는 밭더덕과 비교하면, 당시 산길에서 맡은 향은 훨씬 강한 쪽으로 기억된다. 물론 지금의 기억이 군 생활이라는 특별한 상황 때문에 더 선명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더덕을 입에 넣기 전부터 먼저 느껴지던 향, 고추장 맛 뒤에도 남던 뿌리의 향은 지금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그 향은 더덕이라는 식물을 음식으로 기억하게 한 가장 큰 이유였다.

 

더덕을 발견하는 일은 훈련의 목적이 아니었고, 늘 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그래서 더덕 한 뿌리를 보게 되는 순간은 더 반가웠다. 고된 산길에서 잠시 멈춰 서서 누군가가 더덕을 발견했다는 말을 들으면, 훈련 중에도 주변을 한 번 더 살피게 됐다. 그날 하루가 갑자기 쉬워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잠깐의 쉼과 강한 향은 군 생활의 단조로운 산길에 작은 변화를 만들어 주었다.

겨울 산길에 남아 있던 하얀 줄기

봄이나 여름에는 잎과 주변 풀 때문에 더덕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기억한다. 그런데 겨울 산길에서는 나무를 타고 올라간 줄기가 하얗게 보일 때가 있었다. 고참들은 그런 줄기를 보며 더덕일 수 있다고 이야기했고, 나는 그 뒤로 겨울 산길에서 하얗게 보이는 줄기를 유심히 보게 됐다. 다만 지금은 야생 식물을 외형만으로 판단하거나 채취하는 일이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안다.

 

그때의 기억은 더덕을 찾는 방법을 알려 주는 이야기가 아니라, 군 생활의 한 장면으로 남아 있다. 고참이 알려 준 말을 따라 산길을 살피고, 해가 저물 때까지 산속을 오르내리던 날들이 있었다. 하얀 줄기를 발견하면 잠시 발걸음을 늦추고, 혹시 더덕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던 순간도 있었다. 군대에서는 훈련과 작업, 경계처럼 긴장된 시간이 많았지만, 산길에서 식물 하나를 바라보는 짧은 순간에는 다른 종류의 집중이 생기기도 했다.

 

지금 더덕구이를 먹을 때면 식당의 양념과 불향도 좋지만, 군대에서 먹었던 더덕이 먼저 떠오른다. 고추장 하나를 챙겨 산길에서 막 발견한 뿌리를 나눠 먹던 일, 군장을 잠시 내려놓고 쉬던 시간, 그리고 민통선 산속에서 유난히 강하게 느껴지던 향이 함께 기억난다. 내게 더덕은 인삼과 비교되는 약재 이름보다, 군 생활의 산길에서 잠깐 만난 향기로운 뿌리의 기억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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