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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밤 카페에서 나온 혈압 얘기, 그리고 율초 달인 이야기

by jamkkum 2026. 7. 31.

더운 여름밤, 카페에서 나온 혈압 얘기

작년 여름, 유독 더웠던 날 저녁에 친구 회사 근처에서 만났다. 퇴근 시간에 맞춰 나갔는데 그날따라 해가 늦게까지 안 져서 그런지 저녁밥 먹으러 식당 들어가기 전부터도 등에 땀이 찼다. 밥을 먹고 나와서 카페로 걸어가는 그 짧은 거리도 엄청 덥게 느껴졌다. 에어컨 빵빵한 카페에 들어가서 자리 잡고 시원한 음료수 하나씩 시키니까 그제야 좀 살겠더라. 그렇게 앉아서 이런저런 근황 얘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건강 얘기로 흘러갔다.

친구가 먼저 혈압 얘기를 꺼냈다. 자기 아는 사람 하나가 혈압이 180까지 올라가서 병원에서도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율초를 한 달 정도 달여 먹고 나서 120 이하로 떨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나도 그 얘기를 듣고 좀 놀랐다. 우리가 하천이나 들에서 흔히 보는 그 넝쿨풀이 그런 역할을 한다는 게 신기했다.

삼베 주머니도 모르고 시작한 첫 시도

그 얘기가 계기가 돼서 약초 공부를 슬슬 시작하게 됐다.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건조된 율초를 주문해서 받아봤다. 처음엔 어떻게 다려야 하는지도 잘 몰라서 그냥 한주먹 정도 되는 율초를 흐르는 물에 씻어서 4리터짜리 냄비에 넣고, 물 3리터쯤 부어서 끓였다.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줄여서 물이 절반 정도로 졸아들 때까지 놔뒀다가 불을 끄고 식혀서 마셨다.

근데 다 끓이고 나서 걸러내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삼베 주머니에 넣고 다려야 한다는 걸 몰라서 그냥 율초를 통째로 냄비에 넣고 끓였더니, 다 식은 다음에 체로 일일이 건더기를 걸러내느라 한참 걸렸다. 이게 처음 해보는 사람의 전형적인 실수였던 것 같다. 나중에 삼베 주머니를 따로 사서 그 안에 율초를 넣고 다렸더니, 다 끓인 다음 주머니만 건져내면 되니까 훨씬 편했고, 물도 훨씬 깨끗했다. 게다가 삼베 주머니에 넣으면 같은 율초로 재탕도 가능하다는 걸 그때 알았다. 한 번 다린 주머니를 버리지 않고 다시 냄비에 넣고 물을 새로 부어서 한 번 더 끓여봤는데, 첫 번째보다 색은 좀 옅어도 향이나 맛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재탕까지 하니까 한 번 사둔 율초로 꽤 여러 날 마실 수 있어서 훨씬 경제적이었다.

소죽 냄새나던 그 물, 우리 부부가 겪은 변화

끓일 때 나는 냄새가 좀 독특했는데, 맡아보니 어릴 때 시골에서 소죽 끓일 때 나던 그 냄새랑 비슷했다. 맛은 걱정했던 것보다 괜찮았다. 다려서 식힌 물은 실온에 그냥 두면 금방 상한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봐서, 식은 다음엔 바로 병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뒀다. 냉장 보관해 두고 하루 몇 번씩 꺼내서 조금씩 마시는 식으로 했다.

그렇게 마시다 보니 신기하게도 소변이 평소보다 잘 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나뿐만 아니라 아내도 마시고 나서 화장실을 좀 더 자주, 시원하게 간다고 얘기했다. 둘 다 그 얘기를 하면서 이게 율초 때문인가 하고 서로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이게 율초 때문인지, 그냥 물을 평소보다 많이 마셔서 그런 건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내는 고혈압이 있는 편인데 며칠 마시고는 혈압도 약간 떨어진 것 같다고 얘기했다. 아내도 원래 먹던 혈압약은 그대로 챙겨 먹으면서 곁들인 거라 딱 잘라 이게 효과다라고 말하긴 어렵다. 그냥 우리 부부가 겪어본 정도로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동네 민들레 씨를 말린 친구 어머니

카페에서 계속 얘기를 하다 보니, 내가 요즘 배운 약초들 얘기를 하나씩 꺼내게 됐다. 하천 근처에 많은 율초 얘기도 다시 했고, 가시투성이 엉겅퀴 얘기도 했다. 그러다 민들레 얘기가 나왔는데, 이게 그냥 잡초처럼 보여도 약초로 쓰는 사람이 꽤 있다고 했더니 친구가 갑자기 눈을 크게 뜨더라. 자기 어머니가 민들레라면 아주 열심이시라고. 캐서 나물로도 드시고, 말려서 달여서도 드신다고 했다. 근데 그 정도가 좀 심하다 싶었던 게, 동네에 있는 민들레를 어머니가 다 커버려서 이제 그 동네엔 민들레가 남아있지 않다는 거다. 이 얘기 듣고 나도 웃음이 나왔다. 얼마나 열심히 캐셨길래 동네 민들레가 씨가 말랐을까.

친구 말로는 어머니가 연세가 많으신데도 큰 병 없이, 잔병치레도 별로 없이 건강하게 지내신다고 했다. 민들레 덕분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본인은 그렇게 믿고 계신다고 했다.

옛 기록 속 율초와 민들레

들에 핀 민들레와 율초
들에 핀 민들레와 율초

집에 와서 책을 좀 뒤적여봤다. 율초는 예전부터 민간에서 열을 내리고 소변을 잘 보게 하는 용도로 써왔다는 기록이 있다고 나와 있었는데, 우리 부부가 겪은 것과도 비슷한 얘기라 흥미로웠다. 민들레는 한방에서 포공초라고 불리는데, 잎과 뿌리를 나물로 먹거나 차로 달여 마시는 방식이 오래전부터 전해져 왔고, 활용 범위가 넓어서 민간에서는 흔한 풀 중에서도 이것저것 두루 쓰는 풀로 여겨졌다고 한다. 물론 이런 기록들이 요즘 기준으로 과학적으로 다 검증된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고, 그냥 옛날부터 그렇게 전해져 왔다는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그래도 조심해야 할 것들

다만 혈압은 워낙 예민한 문제라, 친구 얘기나 우리 부부 경험만 믿고 약을 끊거나 함부로 판단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가 들었다는 그 사람도, 아내도 병원 진료나 약을 병행하면서 겸사겸사 마신 거지, 그것만 믿고 나은 건 아니었다. 민들레도 마찬가지로 도로 옆이나 농약 뿌린 땅 근처에서 자란 건 피해야 하고, 위장이 약한 사람은 많이 먹으면 속이 불편할 수 있다는 얘기도 봤다.

그날 카페에서 나와 집에 갈 때까지도 밤인데 후텁지근한 게 가시질 않았는데, 그 더위 속에서도 친구랑 나눈 그 얘기들이 계속 머릿속에 남았다. 요즘은 길가에 자란 율초나 민들레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게 됐다. 다음에 율초를 다릴 땐 처음부터 삼베 주머니를 챙기고, 다린 물은 바로바로 냉장 보관해야겠다는 것도 새삼 다시 떠올랐고, 시골 내려가면 민들레도 한번 캐서 나물로 무쳐 먹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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