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기자는 잎, 꽃, 열매, 뿌리까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전초 약용 식물입니다. 특히 비알콜성 지방간에 두드러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어릴 적 할아버지 무덤 옆에서 빨간 열매를 따 먹던 저로서는 한참 뒤에야 제대로 알게 된 내용이었습니다.
1년에 두 번 꽃 피우고 열매 맺는 구기자, 식물학적으로 뭐가 다를까
구기자나무는 가지과(科)에 속하는 낙엽관목입니다. 낙엽관목이란 겨울에 잎을 떨어뜨리는 키 작은 나무를 말하는데, 구기자는 줄기가 위로 자라다가 아치형으로 휘어 아래로 늘어지는 수형이 개나리와 매우 닮았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잎자루 옆에 날카로운 가시가 달린다는 것입니다. 다만 제가 약초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가시가 없는 개체도 존재한다고 합니다. 처음엔 그게 다른 식물인가 싶었습니다.
구기자나무의 가장 특이한 점은 잎, 꽃, 열매 모두 1년에 두 번씩 돋고 핀다는 것입니다. 꽃은 6월부터 9월까지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데, 꽃의 구조를 식물학 용어로 표현하면 양성화(兩性花)입니다. 양성화란 한 꽃 안에 수술과 암술이 모두 존재하는 꽃을 뜻하는데, 이 때문에 꽃 하나가 거의 예외 없이 열매로 이어집니다. 꽃잎처럼 보이는 부분은 정확히는 화관열편(花冠裂片)으로, 아래쪽이 통꽃 구조로 붙어 있다가 다섯 갈래로 갈라진 형태입니다. 옅은 보라색에 아래쪽으로 검은 줄무늬가 들어가 있어 작지만 꽤 인상적인 꽃입니다. 수술대 아래쪽에는 흰 털이 빽빽하게 뭉쳐 있어 벌이나 나비가 씨방 깊숙이 파고들기 어렵게 되어 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열매는 장과(漿果)로 분류됩니다. 장과란 과육에 수분이 많고 껍질이 얇은 열매를 가리키며, 포도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구기자 열매도 포도처럼 얇은 껍질 안에 수분이 가득하고, 신장(콩팥) 모양의 씨앗이 여러 개 들어 있습니다. 빨갛게 익은 열매는 광택이 돌고 달콤하면서 약간 쓴맛이 납니다. 저도 어릴 적 할아버지 묘 근처에서 따 먹어 본 적이 있는데, 솔직히 그때는 맛있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뭔가 익었으니 먹어본다는 호기심이 더 컸습니다. 그게 훗날 한의학에서 그토록 중요하게 다루는 약재였다는 걸 알았을 때 좀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구기자나무의 활용 가능한 부위와 용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어린잎·순: 쓴맛이 없어 나물밥, 된장국, 칼국수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
- 말린 잎(구기엽): 차로 달여 마시거나 가루 내어 꿀과 함께 죽으로 장복
- 열매(구기자): 생식, 담금주, 차, 한약재로 폭넓게 사용
- 뿌리: 달여서 차처럼 복용하며 약용으로 활용
비알콜성 지방간에 구기자가 쓰이는 이유, 그리고 농약 문제
구기자의 효능을 한의학적으로 정리하면 보간신(補肝腎), 익정명목(益精明目)이라는 표현이 핵심입니다. 보간신이란 간과 신장의 기능을 보충하고 강화한다는 의미이고, 익정명목은 정기(精氣)를 채워 눈을 밝게 한다는 뜻입니다. 약초를 공부하는 수업에서 교수님이 이 표현을 설명해 주셨을 때, 어릴 적 아버지가 구기자를 담금주 병에 담그던 장면이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그때 아버지가 무언가를 알고 그렇게 하셨던 건지, 아니면 그냥 어른들 사이에서 내려오던 방식을 따른 건지 이제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어쩌면 둘 다였을지도 모릅니다.
구기자의 간 보호 효과와 관련해서 현대 연구에서도 주목할 만한 결과들이 있습니다. 구기자에 함유된 베타인(Betaine)과 제아잔틴(Zeaxanthin) 같은 성분이 간세포 보호 및 지방 축적 억제에 기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 특히 비알콜성 지방간염(NASH, Non-Alcoholic SteatoHepatitis)에 대한 효과가 연구되고 있는데, NASH란 술을 마시지 않아도 간에 지방이 쌓이고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현대인의 생활 습관과 직결됩니다. 교수님이 비알콜성 지방간에 구기자가 효과적이라고 강조하셨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입니다.
눈 건강 측면에서도 구기자는 빼놓을 수 없습니다. 구기자에는 루테인(Lutein)과 제아잔틴이 풍부한데, 이 두 성분은 황반변성 예방에 효과적인 카로티노이드계 항산화 성분입니다. 황반변성이란 눈의 중심부인 황반이 손상되어 시력이 점차 떨어지는 질환으로, 노화와 함께 발생 위험이 높아집니다. 한방에서 구기자가 오래전부터 "눈을 밝게 한다"라고 전해온 것이 단순한 믿음이 아니라 성분적 근거가 있었던 셈입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한 가지 꼭 짚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얼마 전 약초를 함께 공부하는 지인의 집 근처에 구기자나무가 있었는데, 그분이 한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구기자는 벌레가 심하게 꼬여서 농약을 자주 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열매를 수확하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구기자 열매가 몸에 좋다고만 알려져 있는데, 제 경험상 재배 방식을 확인하지 않고 섭취하는 건 주의가 필요합니다. 구입할 때는 되도록 인증된 유기농 제품이나 출처가 분명한 것을 선택하고, 생열매든 건조 열매든 흐르는 물에 충분히 세척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구기자를 불로장생의 영약이라고 부르는 것이 다소 과장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간과 신장을 보하고, 눈을 보호하며, 면역 기능을 지원하는 성분들이 실제로 함유되어 있다는 점에서 오랜 세월 검증받아온 식물임은 분명합니다. 특히 지방간이 걱정되거나 눈이 쉽게 피로해지는 분이라면, 구기자차 한 잔부터 가볍게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공부 과정에서 얻은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한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구기자나무의 특징과 용도 : 불로장생의 신비한 영약 (https://www.youtube.com/watch?v=bzejAXEgC2g)